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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인즈 게이트] 주운 물건 - day 2 본문

슈타인즈 게이트 팬픽,웹소설/주운 물건

[슈타인즈 게이트] 주운 물건 - day 2

rennes 2020. 10. 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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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링크입니다 문제시 자삭하겠습니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echelon.wiki.fc2.com/wiki/%E3%81%B2%E3%82%8D%E3%81%84%E3%82%82%E3%81%AE%E3%80%80-%20day%202%20-

 

ひろいもの - day 2 - - STEINS;GATE 2ch二次創作まとめwiki ミラー

 * ひろいもの - day 2 - *  ――朝。がらがら、と何かが崩れ落ちる音で目が覚めた。  すずめが朝の挨拶をご近所さんに振りまく時間、時計で見れば七時過ぎ。今日はまゆりは朝からバイ

echelon.wiki.fc2.com

 

 

*  주운 물건 - days 2 - *

 

 

- 아침. 와르르, 하고 뭔가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깨어났다.

 

참새가 아침 인사를 이웃에 뿌리는 시간.

시계를 보니 일곱 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마유리는 아침부터 아르바이트라고 했기 때문에 아마 한동안 오지 않을 것이다. 마유리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 날짜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라보멘 아직 세 명뿐. 

그런 상황에서 하시다에게 오지 말라고 부탁하고 있다. 현재의 라보멘 이외의 유일한 방문한 적이 있는 페이리스나 여기 집주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해놓았다.

그렇다면, 오늘은 마유리의 아르바이트가 끝날 때까지는 계속 둘이서만 있을 것이다. 뒷바라지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편한 상황이기는 했다.

특히, 크리스가 잘 따라주고 있는 이 상황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며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크리스와 검은색 연기가 자욱하게 내뿜고 있는 주방. 

크리스는 허둥지둥거리면서 결국 오카베 쪽을 보더니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유아 퇴행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직 말도 잘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받은 마음은 나름대로 "크리스"를 억누르고 있었다.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오카베였다.

 

"신경 쓰지 마라. 음, 다른 사람이었다면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군."

 

농담을 던지며 웃어넘기려 했지만 크리스는 움찔 거리며 어깨를 떨었다.

아직은 이런 농담조차 무리였던 것 같다.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 곳에는 바닥에 흩뿌려진 수프가루와 스토브 주변은 뜨거운 물이 엎어져 물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스토브 주변은 다 녹지 못한 분말이 덩어리 진 상태였고 원래의 분말도 흩뿌려져 있었다.

 

"배가 고팠던건가?"

 

도리 도리. 울 것 같은 크리스가 또 오카베의 백의의 소매 끝을 꼬옥, 잡는다.

 

"그,러니까...... 그, 그, 그게......"

"좋다, 무리는 하지 말도록. 정리는 내가 해 두도록 하지."

"읏...... 죄, 죄송해...... "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고 아까도 했잖아? 바로 끓여 다시 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도록."

 

싱크대 아래의 선반에서 걸레를 꺼내 주위를 닦고 있는데, 방해하지 않으려고 손을 뗀 크리스가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띄엄띄엄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어들의 연속일 뿐이었지만.

 

"그러....... 니까, 당...... 신의...... 아침, 밥............ "

"...... 설마, 내 아침밥을?"

 

끄덕끄덕.

또 다시 눈물바다를 이루면서 고개를 흔드는 크리스에게, 이건 당했다며 웃는 오카베. 좀 더 과감한 농담을 던질까 생각했지만, 조금 전의 모습을 생각하니, 아직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만큼, 크리스의 마음에는 여유가 없었다.

솔직하게 감사인사와 그런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재차 전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처음에 봤을 때의 경계는 어디로 갔는지, 머리에 쓰다듬는 것 자체는 싫지 않은 것인지, 이렇게 해주면 크리스는 그 순간 얌전해졌다.

안심한 듯, 후, 하고 어깨의 힘을 뺀다. 이런 일은 이전의 세계선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어제 크리스와 만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거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주방 정리가 끝나고 다시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인다. 그리고 소파로 돌아가서 텔레비전을 켰다.

아침 뉴스 프로그램이 평소와 다름없이 세상의 뉴스를 흘려 보내고 있었다.

오카베는 왠지 모르게 그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주방 위에 진열된 두 개의 분말 수프, 물론 그것은 오카베와 크리스 한 개씩 이었지만, 모처럼이라면.

 

"크리스, 어제 푸딩 아직 남아 있는데, 먹겠나?"

"......"

 

조금 고민하는 기색을 보인 후, 고개를 끄덕이는 크리스. 그럼, 수프를 다 마신 뒤에라고 하며 다시 크리스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크리스는 조금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선에서 만나고 난 뒤 처음 보는, 크리스의 웃는 얼굴이었다. 그것은 정말 희미해서 잘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였지만. 그런 크리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에, 오카베도 진심으로 안도한다. 아무래도 이 소녀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푸딩도 포함해 아침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소파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문득 오카베는 크리스가 항상 양장본을 읽던 것이 떠올라, 그럴듯한 것이 레버토리에 있는지 가볍게 찾아봤지만 유감스럽게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없다면, 아마 평상시에는 호텔에 두고 다녔을 것이다. 공원 안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호텔은 빌릴 수 없던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게 되면 짐은 모두 그 가방 안에 있었을 것이다. 이제 크리스의 수중에 없다는 것을 알게되고,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를 굴려본다.

 

그러던 중 크리스의 눈길이 창 밖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바라보고 있는데, 크리스가 갑자기 일어나 창가 쪽으로 다가간다. 오늘도 바깥은 뙤약볕이 내려 쬐고 있고 에어컨이 존재하지 않는 레버토리 역시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었다.

 

창문에서 가만히 밖을 바라 보는 크리스. 여기서는 대로가 보이지 않았고, 바로 아래의 도로는 하루에 몇 대 밖에 차가 다니지 않는다. 그것을 바라 보는 크리스는 마치 감금된 동물 같았다. 어제, 오늘 나가고 싶어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그 분위기에서 오카베는 말을 건다.

 

"밖이라도 나가고 싶은가?"

 

"......"

 

 

뒤돌아 본 크리스가 조금 고민스러운 듯이 고개를 숙인다. 뭐 사실, 레버토리 안에 있어도 할 일은 없고, 쓸데없이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그렇다면 뭐라도 사러 나가는 편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상당히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밖을 돌아 다니는 공포는 지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무리라면 그만 둘까. 그렇게 말하려고 했을때, 크리스가 머리를 천천히 들었다.

 

"당신이 ...... 함께, 라면...... 그, 그렇니까......"

 

 

머뭇머뭇 거리며 작게 말을 하고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는지 손끝으로 달려와 백의 소매를 꼬옥 쥔다. 옆에서 보면 사랑스러웠지만 정작 크리스의 얼굴은 조금 창백하기만 했다. 즉, 밖에 나간다고 하는 것은 크리스에게 있어서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러 무리해서까지 갈 필요는 없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지금 당장 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 크리스를 걱정해 그런 말을 해 본 오카베였지만, 크리스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마치, 싫다고 칭얼거리는 아이같았다. 아무래도 크리스는, 지금 바로 나가고 싶은 것 같았다.

 

"책...... 읽고 싶은 게......"

 

즉 그것은 서점에 가고 싶다는 말일까. 오카베를 흠, 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 근처에서 크리스가 원하는 책이 놓여 있는 장소, 뭐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있지만, 어디로 갈까. 그런 일을 고민하기 시작한 순간,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방 한구석에 놓여져 있는 망가진 캐리어. 마유리의 손으로 깨끗이 청소된 그것은, 여전히 캐리어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지만, 적어도 실내에 둘 수 있는 물건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짐작해본다. 어쩌면 크리스가 가고 싶은 것은 서점이 아니라 도서관이다. 서점에서는 서서 읽을 수밖에 있다. 가진 돈이 전무할 크리스가, 일부러 돈이 드는 곳에 가고 싶어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를 위해서는, 서점에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았다, 나가지, 신발은 괜찮은가?"

"어....제........ 받았........."

 

여전히 백의는 잡은 채지만 드디어 띄엄띄엄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는 또한 안도의 숨을 흘린다. 오카베는 지갑만 들고는 어제 편의점에서 조금 넉넉하게 넣어 놓은 것을 재차 확인하고 레버토리 밖으로 나왔다. 현관을 넘는 순간,

크리스는 오카베에게 더욱 더 달라붙어 백의를 소중하게 쥐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역시 크리스에게 밖은 "무서운" 장소 인 것이다.

이것만은 어쩔 수 없다. 오카베는 소매를 잡힌 채, 아키하바라의 거리를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조금 걷다보니 가장 가까이 있는 비교적 작고 서점으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개인이 하는 작은 가게에 크리스가 원하는책이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거기는 그대로 지나쳐 더 큰 가게를 찾아간다. 그 작은 서점을 지나가자 크리스가 빤히 바라보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과학자라는 점을 빼더라도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걷던 중, 오카베가 생각하던 큰 서점에 도착한다. 정확하게는 다양한 상점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는 상가 빌딩에 서점이 들어선 층이였다. 이곳은 2층으로 되어있어 넓고, 양장본도 적지 않게 취급할 터였다.



"자, 어디서부터 둘러볼건가?"

"저, 기......"



도리도리. 크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알겠다, 여기 오고 싶었던 게 아니다.

다른 가게에 가고 싶었냐며 오카베가 물어보자, 크리스는 더욱 크게 고개를 저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오카베의 예상대로, 돈이 없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쇼핑은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카베는 약간 쓴웃음을 머금으며 주머니에 숨겨둔 반지갑, 평소 가지고 다니던 것과는 다른, 새 지갑을 크리스에게 내밀었다. 

물론, 크리스는 받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의 재킷 주머니에 억지로 집어넣자 크리스는 당황하며 그것을 꺼내 내용물을 확인했다.

 

안에는 유키치가 몇 장 들어있었다. 물론 오카베의 소지금이 엄청나게 줄어들게 되었지만, 약간의 돈은 갖고있을 수밖에 없다. 이 세계 선에서는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오카베는 크리스의 모습을 살폈다.

크리스는 고개를 흔들면서 정중하게 그 지갑을 거절했지만 오카베는받지 않았다. 같은 수법에 당하지 않도록 백의의 양 주머니에 손을 넣고있었다. 크리스가 곤란한 듯이 바라 보았지만 오카베는 미소를 짓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냥 받아두면 된다"

 

크리스는 몇 번이나 손을 흔들며 거절했지만 결국에는 그것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고 오카베의 백의를 잡는 힘은 더욱 강해졌다. 크리스는 여전히 곤란한듯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정말 괜찮은 것인지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오카베는 그 무언의 질문에 대해 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크리스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지갑을 돌려 주려고 하는 것은 그만 두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크리스 한때 읽었던 것과 같은 두꺼운 양장본들이 많이 나왔다. 크리스는 눈을 반짝이면서 신중하게 골랐고 몇 권은 손에 들려있었다. 그 중에서 살 것을 결정했는지 소중하게 안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조금 고민하더니 그 것들을 모두 포기했다. 그런 일을 몇 번 반복하자 이해 할 수 없던 오카베도 점점 크리스의 생각을 알게 되었다. 

분명히 크리스는 받은 돈을 자신의 것처럼 자유롭게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보통 사람의 사고였지만, 오카베로써는 더욱 자유롭게 사용했으면 한다. 본래 크리스가 가지고 있던 것을 오카베가 부담하는 일로 돌아왔을 뿐이니까.

 

"크리스 너무 신경 쓰게되면 피곤해 질거다. "

 

미소를 띄우면서 말해 보지만, 크리스 역시 곤란한 것처럼 올려다 볼 뿐이였다. 조금 답답해진 오카베는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강경한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

 

"좋다. 네가 필요하지 않아서 내려놓는 것이 아닌, 부담스러워 내려놓는 것이라면 지금부터 니가 손에 든 책은 닥치는대로 구매하도록 하지"

 

헉, 하며 백의를 잡던 손이 굳어버렸다. 팔을 크게 붕붕 흔들면서 크리스는 당황한 것처럼 오카베의 백의를 당긴다. 온 길을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역시 지금까지 봤던 책 중 마음에 들었던 것이 나름대로 있던 것 같다.

 

오카베는 미소가 아닌 소리를 내며 크게 웃어 보였다. 크리스는 약간 분해하면서 여러 번 고민하고 있던 책 두 권을 고른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갑의 잔금을 확인하고 조금 생각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쇼핑"을 할 생각인 것 같다.

 

손은 계속 오카베의 백의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오카베의 손을 빌려가면서 쇼핑은 진행되었다.

 

 

그렇게 고른 책들은 어느 쪽도 때리면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고 있었다.

 

손이 가득 차 있는 크리스가 전부 든다면 가혹한 짐이 되어 버릴 것이다.

 

오카베는 당연한 듯이 그것을 들면서 서점을 뒤로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거리에 나오니 시간이 꽤 지나있었고 사람들의 상당히 왕래도 많아지고 있었다.

 

출발 전에 컵라면 등 식료품을 확인하고 출발했기 때문에 조금 돌아가더라도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서 돌아가지 않는다면, 수지가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걷다보니 크리스의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은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고 오카베는 그것을 보고 속으로 쓴웃음을 금치 못했다.

 

오카베가 보면 크리스의 쪽이 좀 더 걱정인데 말이다.

 

 

두 사람은 편의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구매해 레버토리로 돌아왔다.

 

 

 

 

 

귀가 후 항상 붙어 떨어지지 않던 크리스가 드물게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멈춰서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어놓은 뒤 돌아서서 의아한 듯이 쳐다보았다.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뭔가 마음에 걸리는게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이냐며 말을 걸려고 했더니, 크리스가 갑자기 고개를 든다.

 

무엇인가 결정한 것 같은 그 표정에 오카베도 무심코 긴장해 있었고, 목소리는 아직은 잘 나오지 않는 상태였지만 크리스는 확실히 대화를 시도했다.

 

 

 

"저기... 도... 돈... 은... 여유 있는... 건... 가요.....?"

 

 

 

 

점점 말끝이 흐려졌지만 마지막에는 고개를 숙이면서 눈을 치켜 떠버렸다.

 

뭐 지금의 크리스로써는 꽤 노력한 편일 것이다. 사실은 그런 상황에서 말하는 내용은 오카베 심장 한가운데를 꿰뚫었고 쓰다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첫눈에 반해 버렸다든지, 그런 것이 아니라 자존심이나 존엄이라든가, 명분이라든가, 체계라든가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을 평범한 것 이였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던 만큼, 약점을 산산조각 꿰뚫려버린 오카베는 무심코 경악하고 만다.

 

 

"흠, 흠! 어딜 가더라도 역시 넌 마키세 크리스로군......!"

"죄......송...합니....다....."

"아아 아니다.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마음대로 한 일 이니까! 하지만 뭐...... 여유는, 아니로군"

 

하아,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긁적긁적 머리를 긁는다. 손질도 하지 않은 머리를 긁는데도 가끔 걸려 아프다.

이제 다 포기하고 아르바이트에 몰두할 수 밖에 없을까 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친가에 부탁하면 아르바이트로 월급정도를 용돈이란 이름으로 받을 수있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친가도 나름대로 주머니가 두둑해 지겠지만.

하면 뭐 그런 생각을하고있을 때, 시선은 입구에 둔 봉투에 적합했다. 아무 의미도 담아 않고 그냥 우연히 얼굴이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시선은 입구에 둔 쇼핑백에 향하고 있었다. 아무 의미도 없이, 단지 우연히 얼굴이 그쪽으로 향했을 뿐이었지만, 이상한 억측을 한 것 같은 조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당황해서 종이봉투에 매달렸다.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이해 할 수없던 오카베 였지만 크리스가 겨우 말한 그 한마디가 오카베를 박장대소하게 만들 정도로 충분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 제 물건... 이... 이제 돌려.... 주세요......"

 

 

얼굴을 붉히면서 말하는 크리스. 그 사실 분명 오카베에게 달라고 말했다면 그냥 주었겠지만 오카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웃기 시작한다.

크리스의 얼굴을 점점 새빨갛게 변해가고, 종이 백을 꼬옥 껴안고 웅크려 버린다. 이 책사는 당해낼 수 없다.

오카베의 웃음이 서서히 그쳐갈때 쯤, 크리스의 눈가는 약간 촉촉해져 있었다.

쓴 웃음을 지으며 사과하니 크리스는 '우우' 거리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것은 결코 나쁜 것은 아니고 조금씩 감정이 돌아오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뭐, 아르바이트라도 어떻게든 할 것이다. 그러니까 너도 조만간 아르바이트 하나라도 찾아라. 지금 가진 것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 것이다."

 

  

잠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이상 앞으로 당분간은 실험실에서 지내게 된다.

주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유의하겠지만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려는 크리스다.

 

아마도 자기자신의 몫을 스스로 조달하는 일도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건네준 자금으로만은 한 달조차 버티기 힘들 것이다. 만일 이 세계 선에서 계속 생활해 나갈 것을 생각하면 저축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바깥세상을 언급하자 크리스도 무서워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 역시 오카베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는 걸까. 

만약 다른 세계선의 조수가 있다면 보여주고 싶을 정도의 냉정함이지만, 그것을 얼버무릴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앞으로 천천히 거리를 좁혀 가면 된다.

오카베는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조금 늦은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 -

 

크리스는 갓 사온 책을 기분 좋게 숙독하고 있었고, 옆에서 오카베는 PC를 만지기 시작한다. 마침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이 세계선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조사하고 있었다. 조사를 시작하니 좀처럼 멈출 수가 없었다.

존 타이타....가 아니라 스즈하의 일과 최근에 일어난 사건 등 여러가지에 도달했다. 종종 조사하다가 검색 내용에서 탈선하는 일도 있었지만 대체로 오카베의 궁금증은 하나하나 해결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 때, 오카베의 휴대폰이 조금씩 진동을 울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백의의 주머니가 의자에서 늘어져 있어 진동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가 책상을 툭툭, 두드리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크리스가 백의의 주머니를 가리킨다. 뭔가 생각하다 꺼내니 하시다로부터의 전화 착신이었다. 오카베는 크리스에게 한마디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으니 드물게 당황한듯 한 하시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카린! 미안하다오, 완전히 잊고 있었던 일이 있었다오! "

"어떻게 된거야, 그렇게 당황해서"

"대학의 레포트다오! 레버토리의 PC에 데이터 넣은 채로 내 컴퓨터에 보내는 잊어 버렸다오! 그러니 말 레버토리의 PC, 좀 빌려달라오!"

"음...... 그것은 비상 사태로군"

"라고 할까, 오카린은 괜찮음?"

"아, 너에게 마유리와 함께 실험실에서 정리하게 해달라고 했으면서 출입을 제한한 것은 내 잘못이군 미안하다."

 

크리스를 걱정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시다를 무시할 수 없었다. 친구의 위기 상황은 도와주지 않을 수도 없다. 
가능하다면 자택의 PC로 보내고, 자택에서 해준다면 고맙겠지만 아직은 몇 안 되는 레버멘의 한 사람인 하시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도 문제였다. 
이곳은 하나 뿐이기에 크리스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익숙해지는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협력해 달라고 한다.

 

"크리스, 미안하지만, 지난번 휴대폰 충전기를 빌려준 녀석이 리포트의 데이터를 여기에 두고 간 것 같아서 말이다. 여기서 작업하고 싶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크리스가 움찔하고 어깨를 떨며 순간 두려움에 빠진 것 같다. 역시 갑작스러운 자극이였던 것일까, 그런 걱정을 하면서 컴퓨터 창을 모두 닫고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크리스는 읽고 있던 책에 책갈피를 끼우는 것도 잊어버린채 오카베 쪽으로 다가온다. 
백의를 꽉 움켜잡으며 조금씩 떨기 시작하고, 이마를 오카베의 팔에 파묻고 완전히 고개를 숙여 버린다.

역시 무서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다. 페이리스가 옷을 가져다 주었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다. 오카베는 다른 쪽 팔로 크리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하지만 마치 얼어버린 것처럼 크리스의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할 일이라면, 하시다에 역시 안될 것 같다고 연락을 넣고 싶을 정도 였지만, 이제 크리스에게만 마음을 두고 있는 것도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것은 크리스에게 돈을 건내준 것 만으로 북극같이 쌀쌀해진 주머니 사정이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다.

 

그렇게 떨고있는 크리스를 달래려다 계단을 조금 빠른 걸음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 온다.

다소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 발소리는 확실히 하시다의 것으로 크리스는 또한 크게 어깨를 떨며 오카베 반쯤 달라붙어 현관 쪽을 응시한다.

너무 무서워 하는 것 같으니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하시다에 전화를 건다. 다행히 하시다도 크리스의 상황을 생각 해주고 있는 것 같고, 문 앞에서 걸려오는 전화의 의미를 이해 해준 것 같다.

 

"오카린?"

"과연 내 오른팔, 한방에 분위기를 읽어낼 줄이야."

"아니, 요즘 오카린 뭔가 상태가 이상하다오...... 평소의 중2병은 어디간거냐오? "

"일시정지 중이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지난번 그 건은?"

"음...... 어떤 느낌? 뭐, 나에게 반해 버릴 같냐능?"

"오히려 틈만 나면 도망갈 것 같군. 그건 농담이라지만 오늘은 조용히 부탁하지"

 

어차피 과제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하시다는 너무 떠들고 있을 여유가 없다.

각각에 상황을 이해하자 오카베의 허가가 있었고 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크리스가 점점 오카베에게 바짝 다가오지만 오카베가 작은 목소리로 괜찮다고 말하자

크리스는 어떻게든 두려움을 억제하려고 기를 썼다.

 

하지만.

 

 

"오, 옷~쓰"

 

슥, 하고 나타난 하시다의 모습에, 크리스는 완전하게 겁에 질려 웅크리다가 결국 오카베의 무릎 위로 팍, 돌진해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자 이 상황에 하시다도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오카베가 쓴웃음을 띄우면서 PC가 비어있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하시다는 미안하다면서 PC쪽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것은 크리스와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되어 다가오는 발소리에 반사적으로 뒤돌아 본다.

방금은 얼굴 밖에 보지 못한 하시다였지만, 지금의 위치에서는 전신을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하시다의 거구가 방금 전보다 점점 가까워지자 심한 압박을 느낀 크리스가 순간적으로 도망갈 장소를 찾는다.

오카베를 지나쳐 방의 반대편 모서리 주방의 가장자리에 뛰어들어 웅크렸다. 덜덜 떨면서 하시다를 흘겨본다. 공포의 구렁텅이로 내동댕이쳐진 듯, 크리스의 얼굴은 새파랗게 물들어있었다.

 

역시 너무 급했던 것 같다. 오카베는 실패했다며 반성한다. 그러나 친구의 손을 멈추게 할 수도 없었고 그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하여튼 지금은 눈앞의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오카베는 우선 하시다에 다가가 페이리스가 왔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는 것을 작은 목소리로 전한다.

 

딱히 하시다를 극단적으로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증해주니 하시다도 조금 안심한 것 같다.

하시다도 오카베에게서 크리스의 상황을 듣고 있었으므로, 대인공포증에 빠질 정도로 무서운 경험을 한 것도 알고있다.

하지만 과연 실제로 그것을 보니 하시다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당분간은 잠시 자중한다고 하시다 스스로 진언해왔다.

오카베는 신경 쓰게 해 미안함을 전한 후, 이번에는 크리스에게 다가했다.

 

"괜찮다. 저 녀석은 내 가장 친한 친구다. 나쁜 놈은 아니야."

 

오카베가 천천히 크리스의 팔을 쓰다듬어 준다.

크리스는 한동안, 계속 떨고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 정신이 돌아 왔는지, 천천히 심호흡을 시작하자 곧 떨림은 사라져 간다.

오카베가 부드럽게 머리를 빗어주자, 몇 분 시간을 두고 마침내 크리스의 떨림은 진정되었다.

그렇지만 경계심이 완전히 빠지지 않는지, 계속 하시다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것만은은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까. 오카베는 크리스가 안정된 것을 확인하자 머리를 톡, 톡, 두세 번 가볍게 손을 얹고 크리스의 곁을 떠났다.

아, 라고 작은 소리를 흘리며 애절하게 바라보는 크리스였지만, 오카베는 굳이 그것을 보지 않으려 돌아섰다.

크리스는 손을 뻗어 오카베의 백의를 잡으려 한 것 같았지만, 그것도 하지 못하도록, 오카베는 곧바로 크리스로부터 멀어졌다.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했지만 안정된 이상 재활도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해, 크리스도 조금 노력해 주기로 했다.

 

오카베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기 시작하자 결국 크리스는 무료해한다.

잠시 주위를 둘러 본 후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있던 방금 읽다 만 책을 노린 것 같다.

오카베가 힐끔힐끔 시선만으로 상황을 살피자 하시다를 경계하면서도 테이블에 살금살금 다가갔다.

조금 신경을 쓴 오카베가 소파의 끝, 가장 크리스에 가까운 쪽에 앉아, 읽다 만 책을 크리스에게 내민다. 

그러자 크리스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그 책을 소중하게 받고 그대로 다시 주방 옆 모서리로 달려가 두꺼운 양장본을 바닥에 펼쳐놓고 쭈그리고 앉았om

 *  주운 물건 - days 2 - *

 

 

 

- 아침. 와르르, 하고 뭔가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깨어났다.

 

 

 

참새가 아침 인사를 이웃에 뿌리는 시간.

 

시계를 보니 일곱 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마유리는 아침부터 아르바이트라고 했기 때문에 아마 한동안 오지 않을 것이다. 마유리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 날짜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라보멘 아직 세 명뿐. 

 

그런 상황에서 하시다에게 오지 말라고 부탁하고 있다. 현재의 라보멘 이외의 유일한 방문한 적이 있는 페이리스나 여기 집주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해놓았다.

 

그렇다면, 오늘은 마유리의 아르바이트가 끝날 때까지는 계속 둘이서만 있을 것이다. 뒷바라지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편한 상황이기는 했다.

 

특히, 크리스가 잘 따라주고 있는 이 상황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며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크리스와 검은색 연기가 자욱하게 내뿜고 있는 주방. 

 

크리스는 허둥지둥거리면서 결국 오카베 쪽을 보더니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유아 퇴행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직 말도 잘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받은 마음은 나름대로 "크리스"를 억누르고 있었다.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오카베였다.

 

 

 

"신경 쓰지 마라. 음, 다른 사람이었다면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군."

 

 

 

농담을 던지며 웃어넘기려 했지만 크리스는 움찔 거리며 어깨를 떨었다.

 

아직은 이런 농담조차 무리였던 것 같다.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 곳에는 바닥에 흩뿌려진 수프가루와 스토브 주변은 뜨거운 물이 엎어져 물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스토브 주변은 다 녹지 못한 분말이 덩어리 진 상태였고 원래의 분말도 흩뿌려져 있었다.

 

 

 

"배가 고팠던건가?"

 

 

 

도리 도리. 울 것 같은 크리스가 또 오카베의 백의의 소매 끝을 꼬옥, 잡는다.

 

 

 

"그,러니까...... 그, 그, 그게......"

 

"좋다, 무리는 하지 말도록. 정리는 내가 해 두도록 하지."

 

"읏...... 죄, 죄송해...... "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고 아까도 했잖아? 바로 끓여 다시 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도록."

 

 

 

싱크대 아래의 선반에서 걸레를 꺼내 주위를 닦고 있는데, 방해하지 않으려고 손을 뗀 크리스가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띄엄띄엄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어들의 연속일 뿐이었지만.

 

 

 

"그러....... 니까, 당...... 신의...... 아침, 밥............ "

 

"...... 설마, 내 아침밥을?"

 

 

 

끄덕끄덕.

 

또 다시 눈물바다를 이루면서 고개를 흔드는 크리스에게, 이건 당했다며 웃는 오카베. 좀 더 과감한 농담을 던질까 생각했지만, 조금 전의 모습을 생각하니, 아직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만큼, 크리스의 마음에는 여유가 없었다.

 

솔직하게 감사인사와 그런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재차 전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처음에 봤을 때의 경계는 어디로 갔는지, 머리에 쓰다듬는 것 자체는 싫지 않은 것인지, 이렇게 해주면 크리스는 그 순간 얌전해졌다.

 

안심한 듯, 후, 하고 어깨의 힘을 뺀다. 이런 일은 이전의 세계선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어제 크리스와 만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거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주방 정리가 끝나고 다시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인다. 그리고 소파로 돌아가서 텔레비전을 켰다.

 

아침 뉴스 프로그램이 평소와 다름없이 세상의 뉴스를 흘려 보내고 있었다.

 

오카베는 왠지 모르게 그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주방 위에 진열된 두 개의 분말 수프, 물론 그것은 오카베와 크리스 한 개씩 이었지만, 모처럼이라면.

 

 

 

"크리스, 어제 푸딩 아직 남아 있는데, 먹겠나?"

 

"......"

 

 

 

조금 고민하는 기색을 보인 후, 고개를 끄덕이는 크리스. 그럼, 수프를 다 마신 뒤에라고 하며 다시 크리스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크리스는 조금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선에서 만나고 난 뒤 처음 보는, 크리스의 웃는 얼굴이었다. 그것은 정말 희미해서 잘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였지만. 그런 크리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에, 오카베도 진심으로 안도한다. 아무래도 이 소녀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푸딩도 포함해 아침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소파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문득 오카베는 크리스가 항상 양장본을 읽던 것이 떠올라, 그럴듯한 것이 레버토리에 있는지 가볍게 찾아봤지만 유감스럽게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없다면, 아마 평상시에는 호텔에 두고 다녔을 것이다. 공원 안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호텔은 빌릴 수 없던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게 되면 짐은 모두 그 가방 안에 있었을 것이다. 이제 크리스의 수중에 없다는 것을 알게되고,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를 굴려본다.

 

 

 

그러던 중 크리스의 눈길이 창 밖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바라보고 있는데, 크리스가 갑자기 일어나 창가 쪽으로 다가간다. 오늘도 바깥은 뙤약볕이 내려 쬐고 있고 에어컨이 존재하지 않는 레버토리 역시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었다.

 

 

 

창문에서 가만히 밖을 바라 보는 크리스. 여기서는 대로가 보이지 않았고, 바로 아래의 도로는 하루에 몇 대 밖에 차가 다니지 않는다. 그것을 바라 보는 크리스는 마치 감금된 동물 같았다. 어제, 오늘 나가고 싶어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그 분위기에서 오카베는 말을 건다.

 

 

 

"밖이라도 나가고 싶은가?"

 

 

 

"......"

 

 

 

 

 

뒤돌아 본 크리스가 조금 고민스러운 듯이 고개를 숙인다. 뭐 사실, 레버토리 안에 있어도 할 일은 없고, 쓸데없이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그렇다면 뭐라도 사러 나가는 편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상당히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밖을 돌아 다니는 공포는 지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무리라면 그만 둘까. 그렇게 말하려고 했을때, 크리스가 머리를 천천히 들었다.

 

 

 

"당신이 ...... 함께, 라면...... 그, 그렇니까......"

 

 

 

 

 

머뭇머뭇 거리며 작게 말을 하고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는지 손끝으로 달려와 백의 소매를 꼬옥 쥔다. 옆에서 보면 사랑스러웠지만 정작 크리스의 얼굴은 조금 창백하기만 했다. 즉, 밖에 나간다고 하는 것은 크리스에게 있어서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러 무리해서까지 갈 필요는 없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지금 당장 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 크리스를 걱정해 그런 말을 해 본 오카베였지만, 크리스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마치, 싫다고 칭얼거리는 아이같았다. 아무래도 크리스는, 지금 바로 나가고 싶은 것 같았다.

 

 

 

"책...... 읽고 싶은 게......"

 

 

 

즉 그것은 서점에 가고 싶다는 말일까. 오카베를 흠, 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 근처에서 크리스가 원하는 책이 놓여 있는 장소, 뭐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있지만, 어디로 갈까. 그런 일을 고민하기 시작한 순간,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방 한구석에 놓여져 있는 망가진 캐리어. 마유리의 손으로 깨끗이 청소된 그것은, 여전히 캐리어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지만, 적어도 실내에 둘 수 있는 물건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짐작해본다. 어쩌면 크리스가 가고 싶은 것은 서점이 아니라 도서관이다. 서점에서는 서서 읽을 수밖에 있다. 가진 돈이 전무할 크리스가, 일부러 돈이 드는 곳에 가고 싶어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를 위해서는, 서점에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았다, 나가지, 신발은 괜찮은가?"

 

"어....제........ 받았........."

 

 

 

여전히 백의는 잡은 채지만 드디어 띄엄띄엄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는 또한 안도의 숨을 흘린다. 오카베는 지갑만 들고는 어제 편의점에서 조금 넉넉하게 넣어 놓은 것을 재차 확인하고 레버토리 밖으로 나왔다. 현관을 넘는 순간,

 

크리스는 오카베에게 더욱 더 달라붙어 백의를 소중하게 쥐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역시 크리스에게 밖은 "무서운" 장소 인 것이다.

 

이것만은 어쩔 수 없다. 오카베는 소매를 잡힌 채, 아키하바라의 거리를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조금 걷다보니 가장 가까이 있는 비교적 작고 서점으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개인이 하는 작은 가게에 크리스가 원하는책이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거기는 그대로 지나쳐 더 큰 가게를 찾아간다. 그 작은 서점을 지나가자 크리스가 빤히 바라보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과학자라는 점을 빼더라도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걷던 중, 오카베가 생각하던 큰 서점에 도착한다. 정확하게는 다양한 상점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는 상가 빌딩에 서점이 들어선 층이였다. 이곳은 2층으로 되어있어 넓고, 양장본도 적지 않게 취급할 터였다.

 

 

 

 

"자, 어디서부터 둘러볼건가?"

 

"저, 기......"

 

 

 

 

도리도리. 크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알겠다, 여기 오고 싶었던 게 아니다.

 

다른 가게에 가고 싶었냐며 오카베가 물어보자, 크리스는 더욱 크게 고개를 저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오카베의 예상대로, 돈이 없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쇼핑은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카베는 약간 쓴웃음을 머금으며 주머니에 숨겨둔 반지갑, 평소 가지고 다니던 것과는 다른, 새 지갑을 크리스에게 내밀었다. 

 

물론, 크리스는 받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의 재킷 주머니에 억지로 집어넣자 크리스는 당황하며 그것을 꺼내 내용물을 확인했다.

 

 

 

안에는 유키치가 몇 장 들어있었다. 물론 오카베의 소지금이 엄청나게 줄어들게 되었지만, 약간의 돈은 갖고있을 수밖에 없다. 이 세계 선에서는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오카베는 크리스의 모습을 살폈다.

 

크리스는 고개를 흔들면서 정중하게 그 지갑을 거절했지만 오카베는받지 않았다. 같은 수법에 당하지 않도록 백의의 양 주머니에 손을 넣고있었다. 크리스가 곤란한 듯이 바라 보았지만 오카베는 미소를 짓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냥 받아두면 된다"

 

 

 

크리스는 몇 번이나 손을 흔들며 거절했지만 결국에는 그것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고 오카베의 백의를 잡는 힘은 더욱 강해졌다. 크리스는 여전히 곤란한듯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정말 괜찮은 것인지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오카베는 그 무언의 질문에 대해 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크리스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지갑을 돌려 주려고 하는 것은 그만 두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크리스 한때 읽었던 것과 같은 두꺼운 양장본들이 많이 나왔다. 크리스는 눈을 반짝이면서 신중하게 골랐고 몇 권은 손에 들려있었다. 그 중에서 살 것을 결정했는지 소중하게 안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조금 고민하더니 그 것들을 모두 포기했다. 그런 일을 몇 번 반복하자 이해 할 수 없던 오카베도 점점 크리스의 생각을 알게 되었다. 

 

분명히 크리스는 받은 돈을 자신의 것처럼 자유롭게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보통 사람의 사고였지만, 오카베로써는 더욱 자유롭게 사용했으면 한다. 본래 크리스가 가지고 있던 것을 오카베가 부담하는 일로 돌아왔을 뿐이니까.

 

 

 

"크리스 너무 신경 쓰게되면 피곤해 질거다. "

 

 

 

미소를 띄우면서 말해 보지만, 크리스 역시 곤란한 것처럼 올려다 볼 뿐이였다. 조금 답답해진 오카베는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강경한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

 

 

 

"좋다. 네가 필요하지 않아서 내려놓는 것이 아닌, 부담스러워 내려놓는 것이라면 지금부터 니가 손에 든 책은 닥치는대로 구매하도록 하지"

 

 

 

헉, 하며 백의를 잡던 손이 굳어버렸다. 팔을 크게 붕붕 흔들면서 크리스는 당황한 것처럼 오카베의 백의를 당긴다. 온 길을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역시 지금까지 봤던 책 중 마음에 들었던 것이 나름대로 있던 것 같다.

 

 

 

오카베는 미소가 아닌 소리를 내며 크게 웃어 보였다. 크리스는 약간 분해하면서 여러 번 고민하고 있던 책 두 권을 고른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갑의 잔금을 확인하고 조금 생각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쇼핑"을 할 생각인 것 같다.

 

 

 

손은 계속 오카베의 백의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오카베의 손을 빌려가면서 쇼핑은 진행되었다.

 

 

 

 

 

그렇게 고른 책들은 어느 쪽도 때리면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고 있었다.

 

 

 

손이 가득 차 있는 크리스가 전부 든다면 가혹한 짐이 되어 버릴 것이다.

 

 

 

오카베는 당연한 듯이 그것을 들면서 서점을 뒤로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거리에 나오니 시간이 꽤 지나있었고 사람들의 상당히 왕래도 많아지고 있었다.

 

 

 

출발 전에 컵라면 등 식료품을 확인하고 출발했기 때문에 조금 돌아가더라도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서 돌아가지 않는다면, 수지가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걷다보니 크리스의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은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고 오카베는 그것을 보고 속으로 쓴웃음을 금치 못했다.

 

 

 

오카베가 보면 크리스의 쪽이 좀 더 걱정인데 말이다.

 

 

 

 

 

두 사람은 편의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구매해 레버토리로 돌아왔다.

 

 

 

 

 

 

 

 

 

 

 

귀가 후 항상 붙어 떨어지지 않던 크리스가 드물게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멈춰서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어놓은 뒤 돌아서서 의아한 듯이 쳐다보았다.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뭔가 마음에 걸리는게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이냐며 말을 걸려고 했더니, 크리스가 갑자기 고개를 든다.

 

 

 

무엇인가 결정한 것 같은 그 표정에 오카베도 무심코 긴장해 있었고, 목소리는 아직은 잘 나오지 않는 상태였지만 크리스는 확실히 대화를 시도했다.

 

 

 

 

 

 

 

"저기... 도... 돈... 은... 여유 있는... 건... 가요.....?"

 

 

 

 

 

 

 

 

 

점점 말끝이 흐려졌지만 마지막에는 고개를 숙이면서 눈을 치켜 떠버렸다.

 

 

 

뭐 지금의 크리스로써는 꽤 노력한 편일 것이다. 사실은 그런 상황에서 말하는 내용은 오카베 심장 한가운데를 꿰뚫었고 쓰다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첫눈에 반해 버렸다든지, 그런 것이 아니라 자존심이나 존엄이라든가, 명분이라든가, 체계라든가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을 평범한 것 이였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던 만큼, 약점을 산산조각 꿰뚫려버린 오카베는 무심코 경악하고 만다.

 

 

 

 

 

"흠, 흠! 어딜 가더라도 역시 넌 마키세 크리스로군......!"

 

"죄......송...합니....다....."

 

"아아 아니다.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마음대로 한 일 이니까! 하지만 뭐...... 여유는, 아니로군"

 

 

 

하아,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긁적긁적 머리를 긁는다. 손질도 하지 않은 머리를 긁는데도 가끔 걸려 아프다.

 

이제 다 포기하고 아르바이트에 몰두할 수 밖에 없을까 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친가에 부탁하면 아르바이트로 월급정도를 용돈이란 이름으로 받을 수있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친가도 나름대로 주머니가 두둑해 지겠지만.

 

하면 뭐 그런 생각을하고있을 때, 시선은 입구에 둔 봉투에 적합했다. 아무 의미도 담아 않고 그냥 우연히 얼굴이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시선은 입구에 둔 쇼핑백에 향하고 있었다. 아무 의미도 없이, 단지 우연히 얼굴이 그쪽으로 향했을 뿐이었지만, 이상한 억측을 한 것 같은 조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당황해서 종이봉투에 매달렸다.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이해 할 수없던 오카베 였지만 크리스가 겨우 말한 그 한마디가 오카베를 박장대소하게 만들 정도로 충분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 제 물건... 이... 이제 돌려.... 주세요......"

 

 

 

 

 

얼굴을 붉히면서 말하는 크리스. 그 사실 분명 오카베에게 달라고 말했다면 그냥 주었겠지만 오카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웃기 시작한다.

 

크리스의 얼굴을 점점 새빨갛게 변해가고, 종이 백을 꼬옥 껴안고 웅크려 버린다. 이 책사는 당해낼 수 없다.

 

오카베의 웃음이 서서히 그쳐갈때 쯤, 크리스의 눈가는 약간 촉촉해져 있었다.

 

쓴 웃음을 지으며 사과하니 크리스는 '우우' 거리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것은 결코 나쁜 것은 아니고 조금씩 감정이 돌아오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뭐, 아르바이트라도 어떻게든 할 것이다. 그러니까 너도 조만간 아르바이트 하나라도 찾아라. 지금 가진 것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 것이다."

 

 

 

  

 

잠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이상 앞으로 당분간은 실험실에서 지내게 된다.

 

주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유의하겠지만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려는 크리스다.

 

 

 

아마도 자기자신의 몫을 스스로 조달하는 일도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건네준 자금으로만은 한 달조차 버티기 힘들 것이다. 만일 이 세계 선에서 계속 생활해 나갈 것을 생각하면 저축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바깥세상을 언급하자 크리스도 무서워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 역시 오카베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는 걸까. 

 

만약 다른 세계선의 조수가 있다면 보여주고 싶을 정도의 냉정함이지만, 그것을 얼버무릴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앞으로 천천히 거리를 좁혀 가면 된다.

 

오카베는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조금 늦은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 -

 

 

 

크리스는 갓 사온 책을 기분 좋게 숙독하고 있었고, 옆에서 오카베는 PC를 만지기 시작한다. 마침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이 세계선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조사하고 있었다. 조사를 시작하니 좀처럼 멈출 수가 없었다.

 

존 타이타....가 아니라 스즈하의 일과 최근에 일어난 사건 등 여러가지에 도달했다. 종종 조사하다가 검색 내용에서 탈선하는 일도 있었지만 대체로 오카베의 궁금증은 하나하나 해결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 때, 오카베의 휴대폰이 조금씩 진동을 울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백의의 주머니가 의자에서 늘어져 있어 진동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가 책상을 툭툭, 두드리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크리스가 백의의 주머니를 가리킨다. 뭔가 생각하다 꺼내니 하시다로부터의 전화 착신이었다. 오카베는 크리스에게 한마디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으니 드물게 당황한듯 한 하시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카린! 미안하다오, 완전히 잊고 있었던 일이 있었다오! "

 

"어떻게 된거야, 그렇게 당황해서"

 

"대학의 레포트다오! 레버토리의 PC에 데이터 넣은 채로 내 컴퓨터에 보내는 잊어 버렸다오! 그러니 말 레버토리의 PC, 좀 빌려달라오!"

 

"음...... 그것은 비상 사태로군"

 

"라고 할까, 오카린은 괜찮음?"

 

"아, 너에게 마유리와 함께 실험실에서 정리하게 해달라고 했으면서 출입을 제한한 것은 내 잘못이군 미안하다."

 

 

 

크리스를 걱정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시다를 무시할 수 없었다. 친구의 위기 상황은 도와주지 않을 수도 없다. 

가능하다면 자택의 PC로 보내고, 자택에서 해준다면 고맙겠지만 아직은 몇 안 되는 레버멘의 한 사람인 하시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도 문제였다. 

이곳은 하나 뿐이기에 크리스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익숙해지는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협력해 달라고 한다.

 

 

 

"크리스, 미안하지만, 지난번 휴대폰 충전기를 빌려준 녀석이 리포트의 데이터를 여기에 두고 간 것 같아서 말이다. 여기서 작업하고 싶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크리스가 움찔하고 어깨를 떨며 순간 두려움에 빠진 것 같다. 역시 갑작스러운 자극이였던 것일까, 그런 걱정을 하면서 컴퓨터 창을 모두 닫고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크리스는 읽고 있던 책에 책갈피를 끼우는 것도 잊어버린채 오카베 쪽으로 다가온다. 

백의를 꽉 움켜잡으며 조금씩 떨기 시작하고, 이마를 오카베의 팔에 파묻고 완전히 고개를 숙여 버린다.

 

역시 무서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다. 페이리스가 옷을 가져다 주었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다. 오카베는 다른 쪽 팔로 크리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하지만 마치 얼어버린 것처럼 크리스의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할 일이라면, 하시다에 역시 안될 것 같다고 연락을 넣고 싶을 정도 였지만, 이제 크리스에게만 마음을 두고 있는 것도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것은 크리스에게 돈을 건내준 것 만으로 북극같이 쌀쌀해진 주머니 사정이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다.

 

 

 

그렇게 떨고있는 크리스를 달래려다 계단을 조금 빠른 걸음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 온다.

 

다소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 발소리는 확실히 하시다의 것으로 크리스는 또한 크게 어깨를 떨며 오카베 반쯤 달라붙어 현관 쪽을 응시한다.

 

너무 무서워 하는 것 같으니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하시다에 전화를 건다. 다행히 하시다도 크리스의 상황을 생각 해주고 있는 것 같고, 문 앞에서 걸려오는 전화의 의미를 이해 해준 것 같다.

 

 

 

"오카린?"

 

"과연 내 오른팔, 한방에 분위기를 읽어낼 줄이야."

 

"아니, 요즘 오카린 뭔가 상태가 이상하다오...... 평소의 중2병은 어디간거냐오? "

 

"일시정지 중이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지난번 그 건은?"

 

"음...... 어떤 느낌? 뭐, 나에게 반해 버릴 같냐능?"

 

"오히려 틈만 나면 도망갈 것 같군. 그건 농담이라지만 오늘은 조용히 부탁하지"

 

 

 

어차피 과제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하시다는 너무 떠들고 있을 여유가 없다.

 

각각에 상황을 이해하자 오카베의 허가가 있었고 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크리스가 점점 오카베에게 바짝 다가오지만 오카베가 작은 목소리로 괜찮다고 말하자

 

크리스는 어떻게든 두려움을 억제하려고 기를 썼다.

 

 

 

하지만.

 

 

 

 

 

"오, 옷~쓰"

 

 

 

슥, 하고 나타난 하시다의 모습에, 크리스는 완전하게 겁에 질려 웅크리다가 결국 오카베의 무릎 위로 팍, 돌진해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자 이 상황에 하시다도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오카베가 쓴웃음을 띄우면서 PC가 비어있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하시다는 미안하다면서 PC쪽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것은 크리스와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되어 다가오는 발소리에 반사적으로 뒤돌아 본다.

 

방금은 얼굴 밖에 보지 못한 하시다였지만, 지금의 위치에서는 전신을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하시다의 거구가 방금 전보다 점점 가까워지자 심한 압박을 느낀 크리스가 순간적으로 도망갈 장소를 찾는다.

 

오카베를 지나쳐 방의 반대편 모서리 주방의 가장자리에 뛰어들어 웅크렸다. 덜덜 떨면서 하시다를 흘겨본다. 공포의 구렁텅이로 내동댕이쳐진 듯, 크리스의 얼굴은 새파랗게 물들어있었다.

 

 

 

역시 너무 급했던 것 같다. 오카베는 실패했다며 반성한다. 그러나 친구의 손을 멈추게 할 수도 없었고 그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하여튼 지금은 눈앞의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오카베는 우선 하시다에 다가가 페이리스가 왔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는 것을 작은 목소리로 전한다.

 

 

 

딱히 하시다를 극단적으로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증해주니 하시다도 조금 안심한 것 같다.

 

하시다도 오카베에게서 크리스의 상황을 듣고 있었으므로, 대인공포증에 빠질 정도로 무서운 경험을 한 것도 알고있다.

 

하지만 과연 실제로 그것을 보니 하시다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당분간은 잠시 자중한다고 하시다 스스로 진언해왔다.

 

오카베는 신경 쓰게 해 미안함을 전한 후, 이번에는 크리스에게 다가했다.

 

 

 

"괜찮다. 저 녀석은 내 가장 친한 친구다. 나쁜 놈은 아니야."

 

 

 

오카베가 천천히 크리스의 팔을 쓰다듬어 준다.

 

크리스는 한동안, 계속 떨고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 정신이 돌아 왔는지, 천천히 심호흡을 시작하자 곧 떨림은 사라져 간다.

 

오카베가 부드럽게 머리를 빗어주자, 몇 분 시간을 두고 마침내 크리스의 떨림은 진정되었다.

 

그렇지만 경계심이 완전히 빠지지 않는지, 계속 하시다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것만은은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까. 오카베는 크리스가 안정된 것을 확인하자 머리를 톡, 톡, 두세 번 가볍게 손을 얹고 크리스의 곁을 떠났다.

 

아, 라고 작은 소리를 흘리며 애절하게 바라보는 크리스였지만, 오카베는 굳이 그것을 보지 않으려 돌아섰다.

 

크리스는 손을 뻗어 오카베의 백의를 잡으려 한 것 같았지만, 그것도 하지 못하도록, 오카베는 곧바로 크리스로부터 멀어졌다.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했지만 안정된 이상 재활도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해, 크리스도 조금 노력해 주기로 했다.

 

 

 

오카베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기 시작하자 결국 크리스는 무료해한다.

 

잠시 주위를 둘러 본 후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있던 방금 읽다 만 책을 노린 것 같다.

 

오카베가 힐끔힐끔 시선만으로 상황을 살피자 하시다를 경계하면서도 테이블에 살금살금 다가갔다.

 

조금 신경을 쓴 오카베가 소파의 끝, 가장 크리스에 가까운 쪽에 앉아, 읽다 만 책을 크리스에게 내민다. 

 

그러자 크리스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그 책을 소중하게 받고 그대로 다시 주방 옆 모서리로 달려가 두꺼운 양장본을 바닥에 펼쳐놓고 쭈그리고 앉았다.

그토록 몸을 웅크린 채로 계속 읽는 것은 조금 심난한 일처럼 보였지만, 크리스가 좋다면 좋은 것으로 해둔다.

 

일단 크리스가 침착해졌으므로, 오카베도 안심이었다. 휴대폰으로 모바일 브라우저를 열어 인터넷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끔 크리스의 상태를 들으면서 얼마간의 낮잠을 취한다. 「역시 쭈구려 앉은 모습 그대로 계속 읽기 계속하고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해가 지기 시작하고. 시계를 보니 벌써 1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우오오오, 끝났다! 끝났다오!!!"

 

 

 

기분 좋은 듯이 몸을 펴면서, 힘껏 숨을 내쉬고는 목소리를 높이는 하시다.

아무래도 레포트 쪽은 일단 마무리를 한 것 같고, 본래의 목적은 완수된 것 같다.

뭐, 리포트라고 하는 것은 재 제출이 따르기 때문에, 아직은 이것이 첫 번째가 되는 것이였다.

 

격려의 말을 건네며 다이어트 콜라를 건네자, 하시다는 바로 우렁차게 외칠 것 같아 그것을 자중한다.

오카베로서는 가장 경계했던 것이었지만, 그것을 스스로 기록한 것은 솔직하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뭐, 하시다가 목소리를 크게 낸 시점부터 크리스는 이미 움츠러 들어있었다.

하시다도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기분 전환과 자신에게의 보상으로 메이 퀸에라도 들렀다가 돌아간다며 서둘러 돌아가려고 한다.

오카베는 지금까지의 사죄를 겸해 1층까지 바래다주었다. 그 도중, 크리스에게 쓴웃음으로 짓자, 크리스는 와들와들 떨고 있는 채로,

가능한 한 하시다와 직선거리가 멀어지도록 도망다니고 있었다.

 

현관을 나와 1층까지 내려가니, 하시다도 오카베도 한숨을 내쉬면서 털썩하고 어깨를 떨어뜨린다.

 

"이야, 진심 신경 쓰인다오 저건......"

"정말로 미안하군"

"무슨 말을 하는 거냐오 가장 고생하고 있는 것은 오카린이잖슴? 뭐, 그만큼 부수입이 있는 것 같지만, 이 리얼충놈"

"어이"

 

오카베가 조금 씁쓸한 미소를 띄우자, 하시다도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크리스가 본래의 상태를 되찾을때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생활이 계속되겠지만 잠시 참으면 된다.
게다가 지금까지 여러 세계선에서 크리스를 봐 온 오카베로써는 반대로 신선해서 즐기고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입으로는 용서해달라고 했지만, 역시 그 "부수입"에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하시다를 배웅한다.

 
"그럼 힘내라오. 아, 리포트가 빠꾸먹게 된다면 그때는 다시 빌리러 올지도 모른다오……"
"아, 너만 괜찮다면 언제든 오면 된다. 그녀석……크리스도 슬슬, 나나 마유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져 가는 것이 좋다."
"저래도 괜찮은 거냐능……"
"저 상태가 계속 되면 그렇겠지만 뭐 어떻게든 해야지."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치고 하시다는 등을 돌려 메이퀸으로 향한다. 오카베도 그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레버토리로 돌아온다. 

계단을 올라 가자 역시 약간 열려있는 문. 그토록 도망 다녔던 것에 비해서는 약간은 신경이 쓰인 것 같아서, 지금의 오카베와 하시다 대화는 들리지 않았어도 지켜보고 있던 것 같다. 

오카베는 현관을 열어 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자, 크리스는 약간 주춤하더니 오카베에 따라 실내로 돌아왔다.

오카베는 냉장고에서 닥터페퍼를 하나 꺼내면서 문득 신경이 쓰여 크리스에게 그것을 향해 본다. 

그러자 크리스는 조금 기쁜듯한 얼굴을 띄우고 있고, 히죽 웃은 오카베가 그것을 가지고 다가 오면 크리스는 스스로 다가와 그것을 가지고왔다. 

두 사람 모두 흡족해하며, 오카베도 자기 몫을 꺼내 소파에 앉는다. 크리스도 방금 전까지 읽고 있던 책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

 

 

"감사...... 합.... 니다......"

"뭐, 그 모습이 좋아하는 걸까? 이 지적 음료의 맛을 아는 놈중에는 나쁜 놈은 없다고"

"지적, 음료 ...... 그것,은 ......"

"시끄럽다. 거기서 끼어들지마."

 

드디어 즐거운듯한 미소를 띄우게 된 크리스와 작은 기쁨도 기억하고 있는 오카베. 

이렇게 단 둘만의 경우 이렇게 조금씩 허물없이 마음을 터놓아 주고 있기 때문에 이를 조금씩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이렇게 될 수 있도록 넓혀 가고 싶다. 

시작은 마유리인 것이다 그녀라면 자주 레버토리에 놀러오고 있으며, 현재도 나름대로 마음은 열려있다. 

지금은 아직 오카베 한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그 상대가 두 명이나 되면, 그 후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닥터페퍼를 마시면서, 다시 자신의 시간을 천천히 보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레버토리의 문이 열린다. 설마 하시다 돌아 왔나 하고 깜짝 놀라 오카베에게 달려드는 크리스였지만, 문 너머에서는 능청스러운 인사가 들려온다.

 

 

"뚯뚜루- ♪ 오카린, 크리스 씨, 잘 지냈어?"

"오, 마 유리"

"하아 ......"

 

크게 안심한 것처럼 어깨를 내리고 긴 숨을 내쉬는 크리스.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모르는 것 같은 모습의 마유리에 간단히 사정을 설명하자 마유리도 쓴웃음을 지었다.

오카베는 마유리의 짐을 보더니 소파에서 일어났다. 크리스가 멍한 얼굴로 오카베를 처다보지만 신경 쓰지 않고 PC의 앞으로 이동하니 마유리는 비켜주지 않아도 괜찮다며 토로했다. 크리스는 이것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분명 흥미를 가질것이라 생각되어 바로 옆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 취지를 마유리에게 전달하니 마유리도 기쁜 듯이 웃으며 소파에 앉았다. 너무 많은 짐에 크리스도 신경을 쓰고 조금 떨어져 앉는다. 

마유리는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좋아 좋아,라고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가방 속에서 계속해서 짐을 꺼내니 크리스의 눈길은 그 곳에 고정되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코스 의상 제작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크리스와 알게된지 아직 2일째. 마유리의 코스 의상만들기의 등의 취미는 알 수 없었고, 크리스는 마유리의 작업이 신기한지 호기심 가득한 모습이였다.

"너무 어지럽 히지는 마"

"괜찮아 괜찮아 크리스 씨, 바늘 사용하니까 너무 가까이 오면 위험해요 -"

 

크리스의 이름을 부르는 마유리도 꽤 신선하다. 글쎄, 조만간 이전의 세계선과 같은 관계가 되겠지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있어도 분명 질리지는 않겠지만, 딱히 관측 할 것은 아니다.

오카베 단지 작은 일상에 매우 큰 행복을 느끼면서 자신의 작업으로 눈을 돌렸다.



 - - - - -

 

 

마유리의 바느질 소리가 레버토리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중간부터는 책을 넘기는 소리도 불규칙하게 섞이기 시작했다.

 

오카베가 눈치 챈 바로는, 아마 크리스는 책을 읽으면서, 마유리의 바느질이 신경이 쓰여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문득 창문을 살펴보니 밖은 깜깜해지기 시작했고, 시간도 20시를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이제 저녁 시간일 무렵, 오카베는 최근 식사로 컵라면이 계속되어서 편의점에 도시락이라도 사러 가기로 했다.

 

이전의 세계선이었다면 어느 쪽이 다녀올지를 두고 크리스와 말다툼이 되어서 최후에는 둘이서 사러 가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오늘 마유리는 코스 의상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었고, 크리스도 마유리 쪽이 신경 쓰여 어쩔 수 없는 모습이다.

오카베는 작게 미소지으며 밥 사오겠다고 한마디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까지는 걸어서 몇 분 안 걸린다. 적당한 도시락을 찾아, 튀김도시락 하나와, 생선튀김 도시락, 불고기 도시락, 그리고 샐러드를 산다. 음료는 어제 마유리가 사온 큰 것이 아직 남아 있는데다 닥터페퍼도 있다. 더 이상은 필요 없기 때문에 도시락만 구입해 일찌감치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아무리 마유리와 함께 있다고는 해도, 너무 크리스와 거리를 두고 싶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오카베에게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그런 크리스가 오카베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가는 것은, 꽤 걱정스러운 일이다

 

 

빠른 걸음으로 레버토리에 돌아오자 크리스는 약간 놀란 모습 이었지만, 곧바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던 듯 과장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마유리 바느질이 걱정되는 것일까 오카베 쪽을 잠시 바라보았지만, 이윽고 그 눈은 마유리에게 다시 돌아간다.

 

오카베는 접이식 테이블을 꺼내 펼쳤다. 도시락을 하나씩 늘어놓고 마시다 남간 닥터페퍼와 크리스가 마시다 만 것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둔다.

냉장고에서 큰 페트병에든 차를 꺼내고 내친김에 종이컵도 인원수대로 따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평소 사용하던 테이블은 사용 중이므로, 하나를 더 사용한다. 예전 세계선은 아니었지만, 이 곳에서는 웬일인지 설치되어있다.

 

 

 

"좋아, 준비 됐다. 크리스, 어느 쪽이 좋은가"

 

 

 

생선과 고기. 크리스는 약간 고민하더니 생선을 선택했다. 남은 고기 도시락은 오카베가 가져가고 각각의 닥터페퍼를 손에 쥔다.

줄어 드는 양을 아직 알기 쉬운 데다 자신의 것은 고기, 크리스 것은 생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놓아했다. 오카베는 크리스 근처에 있던 닥터페퍼를 받을 때 또 하나의 닥터페퍼를 크리스에게 전달한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튀김 도시락은 마유리의 것이였다.

 

샐러드를 열면서 TV를 켜자, 능청스러운 코미디 프로그램이 비추어졌다. 가끔은 이런 식탁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세 사람은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아~"

 

"잘...먹겠습...니다......"

 

 

TV를 보면서 오카베와 마유리가 때때로 웃는다. 크리스도 거기에 덩달아 목소리는 내지 않지만 작은 미소를 띄운다. 오카베는 그런 크리스를 훔쳐보면서 그녀의 마음에 견고하게 지어졌던 벽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것을 감지했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먹는 동안, 크리스 휴대폰이 진동하고 크리스는 젓가락을 입에 문 채 휴대폰을 꺼낸다. 아무래도 메일이 도착한 것 같다.

 

잠시 화면을 바라보더니 젓가락을 내려두고 뭔가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메일의 존재. 오카베는 자신의 휴대폰도 꺼내 이 세계선에 와서 2 번째 주소록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크리스 연락처는 없었다.

 

 

"크리스 그것이 끝나고 난 뒤에 전화번호와 주소를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읏....ㄴ...네... "

 

"아, 마유시도 알고 싶어요!"

 

마유리와 오카베의 얼굴을 몇 번 본 후에 얼굴을 약간 붉히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휴대폰 화면에 눈을 떨어뜨리고 다시 치기 시작하는 크리스.

하지만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손가락의 움직임이 이상해지고 있었다. 확인 버튼을 빠르게 누르고 있었다. 마유리와 오카베는 서로 마주보다가 훗, 하고 작게 웃는다.

 

자신을 치켜 세우면서도 서툴렀던 크리스를 생각하면서 오카베는 시간이 갈수록 붉어져가는 크리스를 바라본다.



휴우, 하고 메일을 보낸 크리스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들고, 뺨을 붉게 물들인다. 



불안한 손놀림으로 어떻게 든 준비를 마치자 힐끔힐끔 오카베와 마유리의 표정을 실폈다. 



적외선 통신을 사용하고 싶다는 취지를 전달하자 크리스는 쭈뼛쭈뼛 휴대폰을 건낸다. 



오카베도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데이터가 교환되었다.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니 다른 세계선에서는 익숙했던 번호와 주소가 나타났다. 



시험 삼아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메일 하나를 보냈더니 크리스는 고개를 살짝 들어 오카베를 본 뒤, 다시 휴대폰에 시선을 두고 자판을 치기 시작한다. 



곧바로 크리스의 손이 멈추었고 그와 동시에 휴대폰에 진동이 울려 사서함을 확인 해 본다.




그곳에는 더듬더듬 말하던 크리스는 온데간데 없었고 「신세 지고 있습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정말이지 이 녀석은 그런 것을 신경쓰는건지 쓴웃음을 짓는 오카베였지만, 아직 알게된지 이틀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타임 리프 때문에 시간 감각이 이상해졌을수도 있지만, 크리스의 반응은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카베는 휴대폰을 넣으며 마유리에게 메일을 보내고 있는 크리스를 상냥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잠시 뒤, 크리스의 손은 멈추었고 마유리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크리스가 보낸 것 같은 메일을 본 마유리는 기쁜 듯이 소리를 질렀고, 크리스는 조금 쑥스러운지 뺨을 붉게 물들이고 시선만 살짝 오카베 쪽을 잠깐 바라보았다. 



그러나 오카베의 표정이 궁금했는지, 이번에는 얼굴째로 오카베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부탁한다. 크리스"

자신을 치켜 세우면서도 서툴렀던 크리스를 생각하면서 오카베는 시간이 갈수록 붉어져가는 크리스를 바라본다.

 

휴우, 하고 메일을 보낸 크리스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들고, 뺨을 붉게 물들인다. 

 

불안한 손놀림으로 어떻게 든 준비를 마치자 힐끔힐끔 오카베와 마유리의 표정을 실폈다. 

 

적외선 통신을 사용하고 싶다는 취지를 전달하자 크리스는 쭈뼛쭈뼛 휴대폰을 건낸다. 

 

오카베도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데이터가 교환되었다.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니 다른 세계 선에서는 익숙했던 번호와 주소가 나타났다. 

 

시험 삼아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메일 하나를 보냈더니 크리스는 고개를 살짝 들어 오카베를 본 뒤, 다시 휴대폰에 시선을 두고 자판을 치기 시작한다. 

 

곧바로 크리스의 손이 멈추었고 그와 동시에 휴대폰에 진동이 울려 사서함을 확인 해 본다.

 

 

그곳에는 더듬더듬 말하던 크리스는 온데간데 없었고 「신세 지고 있습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정말이지 이 녀석은 그런 것을 신경쓰는건지 쓴웃음을 짓는 오카베였지만, 아직 알게된지 이틀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타임 리프 때문에 시간 감각이 이상해졌을수도 있지만, 크리스의 반응은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카베는 휴대폰을 넣으며 마유리에게 메일을 보내고 있는 크리스를 상냥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잠시 뒤, 크리스의 손은 멈추었고 마유리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크리스가 보낸 것 같은 메일을 본 마유리는 기쁜 듯이 소리를 질렀고, 크리스는 조금 쑥스러운지 뺨을 붉게 물들이고 시선만 살짝 오카베 쪽을 잠깐 바라보았다. 

 

그러나 오카베의 표정이 궁금했는지, 이번에는 얼굴째로 오카베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부탁한다. 크리스"

 

오카베도 이제 머리를 쓰다듬는데 익숙해진 것으로,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자 애잔하기도 했지만 확실하게 악수가 오갔다. 

 

크리스도 희미하지만 미소짓고 있었고 오카베가 손을 놓자 이번에는 마유리가 자신도 하고 싶다며 앞으로 나아가다 기우뚱 거린다. 

 

크리스는 마주보면서도 똑같이 손을 내밀자, 마유리는 그 손을 양손으로 잡고 몇 번이나 세로로 흔들었다. 

 

아마도 이 상황은 분명 크리스보다 마유리 쪽이 좀 더 미국식 이였을 것이다. 

 

그런 것을 멍하니 생각하면서 이 떠들석함과 적당히 조용한 공기에 아늑함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았던 식사를 마치고 각각 쓰레기를 치우며 테이블을 닦고 뒷정리를 끝낸다. 

 

그 무렵에는 상당히 늦은 시간이 되어있었고, 마유리도 서둘러 코스 의상 도구 세트를 정리하자 그것만으로 막차 1시간 전 까지 되어 버렸다.

 

분주하게 짐을 정리 한 마유리는 마지막에 크리스와 다시 악수를 한 뒤, 현관으로 향했다. 

 

오카베가 배웅하러 가자, 크리스도 뒤따라서 마유리를 배웅한다.

 

"조심히 들어가"

"응! 알겠어. 크리스 씨도 뚯뚜루-♪"

"음? 호칭을 바꿨나?"

"응! 크리스 씨가 메일로 그랬어. 그렇지? 크리스 짱!"

 

크리스는 부끄러운 것인지, 결국 오카베의 백의의 끄트머리를 가볍게 잡는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마유리는 마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즐겁게 떠들어댔다.

 

마유리는 크리스에게 내일은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이기 때문에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하자, 크리스는 조금 기쁜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오카베가 조심히 돌아가라고 하자 마유리는 손을 흔들면서 계단을 내려 갔다.

 

제대로 현관문에 열쇠를 걸고 나서 뒤돌아 크리스의 표정을 엿본다. 말할 것도 없이, 조금은 불안한듯한 표정은 혼자 자는 것이 무섭다는 무언의 주장이었다. 

 

오카베는 알았다 알았어, 라고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침낭을 소파 근처에 깔았다. 

 

크리스는 기쁜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제도 사용한 타올을 끌어 당겼다.

 

"저...기...."

 

"응?"

 

"신......세를, 지게......됬습니다...“

 

 

 

-메일로는 들었다...... 아니, "봤다". 그렇지만 분명 크리스는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있는 듯 했고, 오카베는 크리스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그러자 몇 번의 심호흡 후 크리스는 계속 말한다.

 

 

 

"……에……, 폐를 끼쳐서……죄송합니다."

 

"…신경 쓰지마.괜찮다."

 

"잘, 잘 부탁, 드립...... 니다......"

 

 

아직도 목소리가 잠겨 잘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 좋은 영향 일 것이다.

 

아마도 크리스가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그것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 해주겠지만, 그것은 크리스가 먼저 건강하게 되고 나서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도록 하자.

 

지금은 이렇게 기운 차리기 위해 노력을 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오카베는 크리스의 머리위에 올린 뒤, 불을 하나 껐다.

 

 

 

 

"자, 그럼 잘까? 아, 무리하게 아침은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아“

 

"으 ...... 내, 내일, 이야말로......“

 

"......하하.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 내일 아침은 굉음이 아니라, 좋은 냄새로 깨워줘"

 

"노,력 해볼......게요......"

 

 

 

힐끔힐끔 오카베의 얼굴을 엿보는 크리스. 오카베는 얹어놓은 손을 천천히 움직여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자, 라고 한마디 건네며, 크리스에게 소파에 눕도록 재촉했다.

 

크리스가 타올을 제대로 덮고 잘 준비가 된 것을 보고 방의 불을 모두 꺼버린다.

 

오카베도 침낭에 들어가고 나서, 다시 왼손을 뻗었다.

 

그러자 크리스가 그 손을 잡고, 살며시 힘을 넣어 온다. 역시 어둠이 무서운 것 같다.

 

작은 떨림이 오카베에게도 전해져왔고, 살며시 손을 잡아 주었다.

 

이렇게 몇 분 지나자 크리스의 떨림은 천천히 잦아 들어가고 그대로 기다리자 크리스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 속을 걸어 다녔기 때문에 분명 정신적으로도 지쳐 버렸을 것이다

 

적어도 크리스가 푹 쉴 수 있도록, 그런 것을 평소에는 믿지도 않던 신에게 빌면서 하나님께 기도 해버리는 메드 사이언티스트라니 그런 웃음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은 그런 미래를 생각하면서.

 

 

 

 

얌전했던 크리스와의 생활, 그 이튿날 천천히 막이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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