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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인즈 게이트] 주운 물건 - day 4 - 본문

슈타인즈 게이트 팬픽,웹소설/주운 물건

[슈타인즈 게이트] 주운 물건 - day 4 -

rennes 2021. 3. 23.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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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링크입니다 문제시 자삭하겠습니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echelon.wiki.fc2.com/wiki/%E3%81%B2%E3%82%8D%E3%81%84%E3%82%82%E3%81%AE%E3%80%80-%20day%204%20-%201%2F2

https://echelon.wiki.fc2.com/wiki/%E3%81%B2%E3%82%8D%E3%81%84%E3%82%82%E3%81%AE%E3%80%80-%20day%204%20-%202%2F2

 

ひろいもの - day 4 - 1/2 - STEINS;GATE 2ch二次創作まとめwiki ミラー

 ただ時計の針の音だけが響くラボ。時折紙の擦れる音がして、床に広げられた分厚い洋書が次第に薄くなっていく。これから尚暑さを増していく 秋葉原の街で、部屋の留守を守る者がひ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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ひろいもの - day 4 - 2/2 - STEINS;GATE 2ch二次創作まとめwiki ミラー

 日も暮れ始め、小腹もすいてくる頃。紅莉栖は携帯が小刻みに震えているのに気づき、自身の携帯を手に取る。ふと見回せばまゆりや橋田も同様で、 ということは恐らく、送り主は岡部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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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시곗소리만 울리는 래버토리.

이따금 종이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바닥에 펼쳐진 두꺼웠던 양장본은 점차 얇아져 간다.

또한 더위는 더해져만 간다. 아키하바라의 거리에서 빈 방을 지키는 자마다.

지금부터 더욱 더위를 더해 가는 아키하바라의 거리에서, 방을 지키는 사람이 한 명.

다시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나더니 그리고, 조금씩 진동음이 방에 울렸다.



*  주운 물건 - days 4 - *




오늘은 드물게 크리스가 일어나는 것이 느렸고, 곤히 자고 있었지만 오카베에 의해서 깨버렸다.
항상 일찍 일어나 오카베와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오카베는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웃어넘겼다.

그리고 갈아 입고 오라고 말하니 어젯밤부터 기대하고 있던 아야메인의 개조 교복을 콧노래를 섞으며 입다 보니, 오카베도 그것을 보며 기뻐해 주어 크리스도 오랫만의 자신의 옷에 편안한 기분을 느꼈다.

오카베가 준비한 인스턴트 된장국을 마시고, 편의점에서 잠깐 달려와 준 듯한 주먹밥을 고맙게 받아 아침 식사로는 충분한 식사를 마친다.

그 후, 오카베는 아르바이트이기 때문에 친가로 돌아갔다. 크리스를 배려를 잘 해주고는 있었지만, 역시 혼자 남겨지는 것은 외롭고 불안했다.

그런데도 불안감이 덜한 것은 어제 조금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까.
오카베가 신경을 많이 써 주고 있어서 오카베에게만 의지하지 않도록 즉흥적인 "재활"을 시도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최근에는 조금씩 냉정한 사고가 되돌아오고 있었고, 미국에서 연구하던 때의 강경한 생각과 그 감각도 점차 되찾고 있었으며, 오카베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혼자 집을 지키는 것도 크리스가 하나의 상황에 익숙해 질 수 있도록 배려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어막혀버린 뇌 과학 지식을 필사적으로 짜내 생각하니, 아직 재활에 들어가기엔 너무 이른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면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아직 자신의 생각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많큼까지는 회복되지 않은 두뇌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어 그저 책만 바라보고 있다.

오카베는 아르바이트로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고, 마유리도 아침에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저녁까지는 오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그때까지는 혼자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방문객이 있을지도 모르니 어제보다 더 괴로운 상황이었다.

너무나 불안한 것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오카베에게 어제와 같이 가능한 한 빨리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취지를 전했지만, 그런데도 불안은 감출 수 없었다.

다만 어제와 다른 점은 독서에 집중함으로써 그 불안을 달랠 수 있는 만큼 아직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제는 독서조차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감이 강하게 자리 잡았는데 오늘은 그 정도 까지는 아니였고 조금이나마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책을 읽고있으니 마음이 편해지게 되었다.

오카베의 본가는 나름대로 일찍부터 가게를 열고 있는 것 같았고, 아침 9시 반에는 가게 앞에 서 있지 않으면 안된다고 해서 오늘 아침도 나름대로 일찍 나갔다.

즉, 그 후 쭉 크리스는 홀로였고, 독서도 생각 외로 진척되어 버려, 처음에는 조금 더 읽을 생각이었을 양장본은 이제 수십 페이지 정도가 남아 이대로 읽는다면 오늘 낮에라도 완독 해버릴 기세다.

단락이 괜찮은 부분에서 크리스는 한숨을 쉬며 냉장고에서 자신의 전용 닥페를 꺼내더니 그것을 부추겨, 휴대폰을 꺼냈다.

착신은 현재 한 건도 없기 때문에, 그대로 브라우저를 시작한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었지만, 마음대로 사용 할 수는 없어서, 휴대폰으로 오랜만에 @채널로 접속했다.

언제나 얼굴을 내밀고 있던 스레는 완전히 조용해져 버렸고, 유출이 없으면 제대로 대화도 할 수 없는 것인지, 라니, 완전히 "밤오반"의 사고 회로를 되찾아 버리곤 한다.

오랜만에 고정닉을 넣다가 뒤늦게 놀림을 당하는게 화가 나서 미리 휴대전화로 글을 올렸다고 밝히자 당장 도발당했다.

과연 여름방학이라 그런지 무수한 댓글이 빠르게 올라오며 물리판은 벌써부터 축제의 양상을 띤다.

후훗 하며 작게 미소지은 크리스는 그대로 정신을 차리고 서로 도발하는 욕설을 하기 시작하자 독서와는 또 다른 집중으로 잠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었다.

결국 스레를 통째로 도배한 뒤, 한숨 돌리며 휴대전화를 닫으니 시간은 이미 오후를 가리키고 있었고 딱 점심시간으로 알맞았다.

혼자 밖으로 쇼핑이나 외식하러 가는 것은, 역시 너무나 무서웠기 때문에, 레버토리 내의 식량을 먹기로 한다.

일단 오카베에 메일을 넣기는 했지만, 아르바이트가 바쁜지 답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제 마유리가 컵라면을 꺼내준 선반 안을 보니 사둔 컵라면이 수북이 놓여있고 어제의 하코다테 라면이 몇 개 남아있어서 그 중 하나를 먹기로 한다.

앞으로 방 주인인 오카베에는 신세를 지고 있는 만큼의 돈을 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환풍기를 돌리고 주전자를 불에 올려놓았다.

마유리나 오카베라면 여기서 TV를 켜겠지만, 둘다 열심히 보는 것 같지 않았고, 아마도 인터넷도 보려고 하지 않는 크리스를 배려를 하려 했을 것이다, 조금 나쁜 생각이 들어 버린다.

정작 크리스도 TV는 별로 보지 않는 편이라, 다시 휴대폰을 꺼낸다.

그러자 오카베에서 메일 답장이 왔는데 식량은 자유롭게 먹어도 된다는 내용과 주의사항으로 튀김과 바나나는 마유리에게 물어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고 크리스도 그에 대해 하코다테 라면을 받았다고 전하는 답장을 보냈다.

휴식 시간에 들어갔는지 답장은 곧바로 되돌아 왔고, 오카베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전하는 내용이나, 크리스를 걱정하는 내용도 추가된 것에 조금 안정감을 느꼈다.

천천히 대답을 생각하면서 답장을 작성하니 주전자가 요란스럽게 울리기 시작했고, 황급히 컵라면 만들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오카베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물리판에 눈을 돌리니 호오인 쿄우마라는 이름을 오랜만에 발견했다.

원래 크리스 자신이@채널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이"빌어먹을 놈"은 자주 출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변함없이 우울한 도발 문구, 그에 비해서는 약간 "밤오반"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담겨있어, 무심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호오인도 밤오반과 같이, 스레 안에서는 상당한 이단자이므로, 밤오반이 상대해 주지 않으면 쓸쓸한 것일지도 모른다.

츤데레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역시 도발하는 내용으로 댓글을 달아주자, 호오인은 얼굴이 빨개진 듯한 댓글을 마구 퍼부어댄다. 역시 이 녀석을 부추긴 보람이 있다며 혼자 만족해한다.

게다가 반문을 생각하다보니 오카베로부터 메일이 들어왔고, 그 문장에 묘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호오인도 조금은 오카베를 본받아야 한다는 둥 빗나간 생각을 하자 도대체 그 "빌어먹을 놈"에게 무엇을 기대한건지 스스로 자신의 사고회로에 절망한다.

현실에서는 꼭 빗나간 것은 아니지만.

그러다 스레와 문자를 보며 점심을 먹고 난 뒤, 일단 핸드폰을 치우고 뒷정리를 시작했다.

역시 식사 때는 테이블이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접이식 테이블을 빌렸지만 그래도 소파는 사용하지 않았다.

테이블을 닦고 대충 치우고 난 뒤 다시 방 모서리로 돌아와 핸드폰을 연다.

또 오카베로부터의 메일이 와 있었고, 하지만 이번에는, 크리스에게 전언을 전하는 문장이 추가되어 있었다.

'다루가 또 리포트와 관련해 레버토리 PC를 사용하고 싶은 것 같다. 미안하지만 쓰게 해 줘.'

"읏!"

크게 어깨가 떨리며 대답을 하려고 휴대전화 버튼에 손가락을 뻗으니 그 손가락 마저도 가늘게 떨리는 것을 자신이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시다에 대해서는 오카베와 함께 있을 때에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아마 그 몹시 힘이 센 남자-- 텐노지 유고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런데도 평상시에 대화를 하지 않던 사람과 만나는 것은 너무나 불안과 두려움이 커져버린다.

한순간에 @채널도 머리에서 사라지고, 크리스는 한여름의 더위가 감도는 레버토리내에서, 마치 한겨울처럼 덜덜 떨기 시작한다.

필사적으로, 불안과 공포를 전하는 답신을 떨리는 손으로 겨우 답장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떨리기 시작하고, 그 것조차 화들짝 놀라고 만다.

확인하니 화면에는 오카베의 이름이 전화 착신으로 떠올랐고, 즉 메일보다는 전화가 빠를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크리스는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누르니, 전화를 받고 휴대폰을 귀에 댄다.

『크리스? 들리는가』
"네, 네……"

한심하게 쉬어버린 목소리, 크리스는 울먹이면서 매달리듯이 오카베에 도움을 요구하지만 오카베로부터 어색한한 목소리와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정말 미안하군, 함께 있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
"으...무서...워요...."
『미안해. 마유리도 4시 까지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그때까지는 올 수 없다고 생각해…….』
"히……ㅈ,저,혼자서는……"

몸이 떨리며 목소리마저 겨우 내게되어도, 오카베는 안절부절하면서 미안한듯한 목소리로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때때로 전화 저 편에서는 가게의 일을 하고 있는 부모님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것은 오카베가 해야 했던 일인 것일까란 생각을 하며, 너무 떼를 쓰며 오카베에게 폐를 끼쳐 버리는 것도, 오카베에게는 부담이 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오카베는 믿음직스럽고, 아마 오카베가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이유도 크리스의 탓인 것을 생각하면, 더 이상, 제멋대로 말할 수 있을리도 없다.

작게 신음하면서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니, 오카베는 더욱 당황해 하면서 크리스는 나쁘지 않다는 대답을 해주었고, 그 반응을 전화 너머로 느꼈을 때, 문득 조금은 안정감이 돌아온 것을 느꼈다.

결국은,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것뿐일지도 모른다.

크리스는 그런데도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채찍질을 하며 오카베에게 어떻게든 노력해 보겠다는 취지의 대답을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시다가 그런대로 근처까지 온 것 같고, 곧 도착할 것 같다.

크리스의 몸의 떨림은 더욱 강해질 뿐, 언뜻 본 소파 위에 굴러다니는 우파 쿠션을 발견해 그것을 낚아채듯이 끌어안고, 방구석에서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가능한 한 움츠리고 마음 속에 소용돌이치는 불안과 공포를 그 우파쿠션에 전부 떠넘기고 싶었지만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잠시 몸 떨림을 진정시키다 보니 이윽고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힉, 하고 한심한 목소리가 나와 버리고, 크리스는 등을 벽에 밀어붙였다.

몸에 무언가에 닿아 있지 않으면 무서웠고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부스럭거리며 움직이는 동안 무게가 느껴지는 발소리는 이윽고 레버토리의 앞까지 다가왔다.

마음의 준비도 끝나지 않은 채, 아니, 분명 그것은 지금의 크리스에게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이겠지만, 레버토리의 문은 무정하게도 열려 버렸다.

……그것은 상당히, 느린 것이긴 했지만.

"아, 안녕……"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 하시다가 인사를 하자, 힉, 하고 겁먹은 목소리가 튀어나와 버렸다.

천천히 실내에 들어오는 발소리, 그리고 그 거구가 불쑥 그림자로부터 모습을 나타내자, 크리스는 순간 의식을 잃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 번 본 적 있는 얼굴과 전화로 용기를 북돋워 준 오카베의 목소리가 생각나서, 어떻게든 이성을 계속 유지한다.

덜덜 떨면서 하시다 쪽을 가만히 응시하지만 몸만 더욱 떨릴 뿐이고, 어떻게 해야하냐며 마음 속으로 허둥지둥거리자, 민망한 듯이 머리를 긁적이는 하시다, 나직이 입을 열고 PC로 눈을 돌렸다.

"저, 저기, 난 그냥 리포트 하러 왔을 뿐이야. 그러니까, 없는 사람처럼 공기 취급 해 주면 좋다고 할까…… 뭐,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무서워하면 내 소심한 마음이 두 동강 날지도……"


어쨌든 컴퓨터는 빌릴거야.

하시다는 자신에게 완전히 겁에 질린 크리스의 모습에 무엇인가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크리스를 신경쓰며 조심조심 PC쪽으로 걸어갔고, 크리스는 그것을 계속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 뒤로 하시다는 크리스 쪽을 보지 않았고, PC와 휴대폰에만 눈을 돌릴 뿐, 크리스는 의도해 바라보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의 겁에 질린 크리스로서는, 오히려 그 편이 고마웠다.

잠시 하시다의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처음에는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였지만, 리포트라고 생각되는 파일을 열고 나서는 거기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익숙한 솜씨로 PC를 조작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아주 작은 안도를 느낀 크리스는, 하시다를 의식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15페이지 정도 남은 양장본에 손을 뻗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정리하는 김에 다음에 읽을 것도 가지고 왔으므로 다 읽은 뒤 여기서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크리스도 자신이 하던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니 생각 외로 그것은 부드럽게 되어 이윽고 하시다를 의식에서 완전하게 배제하고 나니,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몸의 떨림이 멈춰있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크리스는 닥페를 다 마셔가는 것을 눈치채고, 냉장고에서 꺼내려고 일어섰다.

하지만 거기서 하시다가 있던 일을 몇시간만에 생각해 낸 듯, 움찔하며 어깨를 떨며 무심코 뒷걸음질 치고, 손에 쥐고 거의 비어있던 닥페 패트병을 떨어뜨리며 날카로운 소리가 레버토리내에 울려 퍼졌다.

하시다는 크리스의 존재를 완벽하게 잊고 있었으므로, 실내에서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소리가 난 것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확 돌아보니 그 앞 에서, 하시다는 떨고있는 크리스의 존재를 인식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자마자 겸연쩍어 하는 하시다.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크리스는 음료수가 마시고 싶어서, 조금씩 닥페의 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시다는 무엇인가를 눈치챈 듯 크리스 쪽을 물끄럼이 바라보았고, 크리스는 점점 더 위축되어 버려서, 스르르 주저 앉았다.

그래도 역시 냉장고와 닥페를 번갈아 바라보며 실은 나름대로 목이 바짝 마른 걸 생각하자 무서워도 참고 가지러 가고 싶단 작은 욕심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분명 오카베와 아는 사이니까 나쁜 사람은 아닐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동성인 페이리스조차 무서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하시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해 버린다.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자니, 아무래도 하시다도 과연이라고 하며 뭔가 이해한 듯한 말을 하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리스는 더욱 놀라, 벽에 등에 부딪치고 더욱 뒷걸음질 쳐, 결국은 모퉁이로 몰렸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어서, 으 하고 한심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하시다를 바라보자, 하시다는 냉장고에서 닥페 한 병을 꺼내 테이블 맨 끝에 천천히 놓았다.

크리스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지 못했고, 엉겁결에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다. 깨닫고 나니 몸의 떨림은 멈춰있었다.

"저, 저기, 이거, 여기에 놔둘 테니까 가져가도 돼……필요한게 이, 이게 맞아?"

라며 질문한다.

크리스가 멍하니, 작게 끄덕이며 수긍하자, 하시다는 안도한 듯 과장된 제스쳐를 취하며 하아, 하고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라는 한마디만 대답을 한 뒤, 하시다는 다시 리포트에 집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크리스였지만, 적어도 닥페를 마시고 싶다는 원래의 욕구는 이것으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쭈뼛쭈뼛 테이블 끝까지 다가가 손을 최대한 뻗어 간신히 닥페를 손에 넣고, 방구석으로 그대로 도망치듯이 짧은 거리를 달려들었다.

미개봉인 닥페. 페트병은 아직도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크리스는 하시다를 바라보다 갑자기 생각난 듯 다시 떨리기 시작한 몸을, 스스로 껴 안으면서…… 아무리 두렵더라도 사람으로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그렇게 타이르며, 적어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하려고 어떻게든 입을 열어 보인다.

"감........"

하지만 역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하시다도 옹알거리는 작은 소리를 눈치챘는지, 크리스처럼 조금 겁먹은 것 같은 떨리는 모습으로 뒤돌아보는 하시다 때문에, 몸의 떨림은 보다 커져 버렸다.

……이것으로 됐다고는, 도저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전달할 것은 확실히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크리스는 크게 어깨를 떨구고 고개를 숙여 버려서, 메일로 전하려고 해도 하시다의 주소를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다시 힐끗 시선만 올려 하시다의 모습을 보니, 곤란한 듯이 뺨을 긁고 있는 것 같았고 내가 한심해져 어쩔 줄 몰라하며 나도 모르게 무심코 우파쿠션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그렇게 되어 버리면 당연히, 하시다가 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있을 리도 없었고 다시 한 번 하시다의 모습을 훔쳐보면, 어색한 얼굴로 다시 PC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젠 한심해서 죽고싶다.

크리스는 하시다가 눈치채지 않게, 우파쿠션에 얼굴을 묻은채로, 조용히 울기 시작했고 아주 잠깐의 시야를 확보하자, 그 시선의 끝에 휴대폰이 있었고, 오카베에게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하시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끝내 말하지 못하고, 결국 하시다를 곤란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것을 울면서 친 뒤,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송신했다.

분명 오탈자가 심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송신이 완료된 것을 보고 난 뒤, 그대로 우파쿠션에 파묻고 한참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계속되었는지는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잠시 후, 핸드폰 진동 소리가 레버토리를 울렸다.

그것은 자신의 것은 아니었고, PC의 모니터 근처에서 하시다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하고, 하시다가 전화를 받았다.

흘끗 크리스의 상태를 살피려고 시선을 움직인 듯, 그것은 하시다를 올려다본 크리스의 시선과 딱 맞아떨어져 버리고, 두 사람 모두 당황한 듯이 시선을 돌렸다.

특히 지금 크리스의 눈은 붉어져 있을 것이고, 그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도 있을 것이다.

"아 여보세요 오카린? 무슨 일이야?"

하시다의 전화 상대는 오카베인 것 같았고, 크리스는 다시 한번 하시다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잠시 고개를 끄덕이던 하시다였지만 조금 뒤 작게 놀란 모습을 보인 뒤 크리스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크리스는 순간 어깨를 움찔거리고 조금씩 몸을 떨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하시다의 모습을 쳐다보고, 눈을 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뭔가 놀란 직후 크리스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 진의를 파악하고 싶어지는 것도 또한 그렇다.

혹시 무엇인가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화의 상대가 오카베인 것으로 보아, 지금은 오카베를 믿는 쪽에 걸도록 몸이 판단한 것 같다.

잠시 전화가 계속 이어지다가 하시다는 전화를 끊더니, 뺨을 긁적거리면서 이번에는 크리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에 하고 무심코 엉뚱한 목소리가 나왔고, 무슨 일인지 하고 생각을 했다.

조금 생각을 해보니 오카베에게 보낸 메일, 오카베에게 온 전화, 하시다가 한 말, 아 그런건가 하고 은근슬쩍 납득했다가 다시금 당황해버렸다.

한심한 신음을 내뱉으며 다시 우파쿠션에 머리를 숙이는 크리스, 하지만 그것은 조금전의 절망과는 달리, 부끄럽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긍정적인 것이다.

조금 눈을 들어 하시다의 모습을 살펴보니, 묘한 히죽거림과 화면을 향해 나직히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모습, 과연 그것은 공포라기보다는 약간 혐오감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분명 나쁜 사람은 아닐거라는 생각에 이르러 크리스는 휴우하고 한숨을 내쉰다.

아직 다가가기에는 무섭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반드시.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우파쿠션에서 제대로 얼굴을 들자, 이미 하시다는 조금 전의 일은 신경쓰지 않는 듯, 자신의 레포트에 집중하고 있었다.

정작 하시다가 신경쓰지 않는다면 크리스도 신경쓸 일이 아니다. 크리스는 다시 양장본을 펼치고, 독서의 세계로 빠져들어 갔다.

둘이 각자 할 일에 집중하다 보니 한 시간인가 두 시간인가가 흘러 크리스는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 오는 기척을 느끼고 자세를 취한다.

올려다 보니 하시다는 레포트에 집중하고 있어 눈치채지 못했다기보다는 크리스의 위치가 방의 입구에 가까워, 소리의 반향을 느끼기 쉬운 벽 쪽이기 때문에 더욱 잘 들리는 것이겠지만.

시계를 보면 16시가 지나가고 있었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설마 하는 불안감이 뒤섞였다.

일단 만약을 위해, 금방이라도 도망칠 수 있도록 발에 힘을 주기는 했지만, 친숙한 느낌이 드는 발소리는, 분명 크리스가 의지하는 사람 중 하나일 것 같았고 잠시 그대로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니, 마침내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움찔, 하고 조건 반사적으로 크리스가 몸을 반응시킨 직후, 크리스 때문이 아닌 소리에 반응한 것 같은 하시다가, 극히 자연스럽게 현관으로 돌아섰다.

"뚯두루♪ 다녀왔어. 어라, 다루군이다~"
"오오, 마유씨. 바이트?"
"맞아. 아, 크리스짱, 뚯두루♪"

하시다와 대화하는 겸, 평소처럼 방구석를 들여다 보는 마유리, 거기서 크리스와 눈을 마주치자, 크리스는 경계를 풀고 미소를 띄웠다.

마유리도 손을 작게 흔들어 주었고, 크리스도 거기에 화답하니, 간신히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었다.

하시다에 대한 경계는 자연히 느슨해졌다고 해도 본능적으로 몸이 다소 긴장 해 버리는 것은 피할 방법이 없다

만일의 경우에 피난처, 마음을 연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매우 든든한 일이다.

오늘도 마유리는 코스 의상 만들려고, 거창한 짐을 가지고 레버토리에 왔다.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들어오는 것에서 마유리가 그만큼 이 레버토리에 붙어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은 오카베도 나름대로의 짐을 안고 나갔다.

어젯밤 빨래가 어떻다고 했기 때문에 아마 밀린 빨래를 가지고 친정에 돌아갔을 것이다.

어제 속옷류는 전부, 패브릭가방 안에 넣어 밖에서는 안보이게 해 두었지만, 오카베라면 아마 괜찮을 것이라고 믿는다.

뭐 어차피, 친가에서 말린다면 오카베의 눈에 띄는 것도 시간의 문제이긴 하지만--거기까지 생각하니, 마유리나, 일찌기 무서워 도망쳐 버린 페이리스라고 하는 소녀는,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속옷을 오카베가 볼 수도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를 고민해보지만 오히려, 아무생각 없이 그것을 빌리고 있던 크리스는, 실은 꽤 아슬아슬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새삼스럽게 눈치채고, 이런 저런 생각이 멈추지 않아 얼굴이 새빨게지며 얼굴을 우퍼 쿠션에 파묻자, 마유리도 하시다도 의아해 하며 말을 걸어 올 뿐이였다.

내버려 두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해서 크리스는 손을 붕붕 흔들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어필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전해졌는지는 과연 불분명하다.

어쨌든 하시다도, 마유리도 일단은 물러나 주었으므로 지금으로서는 좋은 것으로 하자.

그러나 오늘은 사복과 함께 속옷도 크리스 자신이 첫날에 입고 있던 것이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앞으로는 조금 의류 공급은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된다.

생각의 여유가 생긴 것은 그만큼 아주 좋은 경향이고, 그런 의미에서는 고마운 점이 있지만 오늘, 오카베가 돌아오면 상담하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퍼 쿠션에 파묻혀 있으니, 귀에는 익숙한 재봉틀 소리가 들려오고, 곧바로 마유리가 코스 의상 만들기를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속옷의 건에서도 어쨌든, 오카베가 없으면 크리스는 행동할 방법이 없다.

지금은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랴부랴 고개를 들어 다시 독서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 - - - -

해도 저물어 가기 시작하고, 출출해질 무렵.

크리스는 휴대폰에서 약한 진동을 울리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자신의 휴대폰을 손에 든다.

문득 둘러보니 마유리나 하시다도 마찬가지라는 것은 아마도, 발송인은 오카베일 것이다.

마음 놓고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오카베에서 곧 돌아올 것이라는 연락이 메일로 와 있었다.

크리스는 양장본에 서표를 꽂고 조심스럽게 닫은 뒤, 캐리어를 바라보았다.

결국, 첫날에 조금 이야기가 나온 것 이외에는 크리스의 숙소의 관한 것은 얘기되지 않았고, 계속 이 레버토리에 신세를 지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었다.

그 덕에 망가진 캐리어도, 지금은 크리스의 개인적인 장소가 되어 있었다.

과연 이것은 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방의 주인인 오카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마유리나 하시다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서, 지금은 그 호의에 만족하고 있는 형태이다.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거나 혹은 머지않아 제대로 거점을 찾지 않는다면, 크리스는 이곳에 숙박하며 쭉 오카베에게 붙어 있게 될 것이다.

어제 오늘 혼자 집보는 것을 겪었지만 트라우마라는 것이 빨리 치유되는 것이였다면 아무도 고생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탈출하기 쉬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낮이라면 모를까, 취침 도중 같은 밤에는 혼자서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호텔과 같이 제 3자에 의해 어느 정도 보안이 보증되는 장소가 아니라면 안심하고 잘 수도 없다.

즉, 이번 사건의 트라우마가 극복될 때까지는 혼자서 숙박하려면 오카베나 마유리와 같이 사람의 온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크리스는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니 오늘 밤엔 오카베에게 아까 생각하던 속옷 건과 함께 상담하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멍하니 있으니, 서서히 들려 오는 것은 귀에 익은 발자국 소리.

이제는 착각하지 않는다. 크리스는 그 자리에서 조금 기대하면서 현관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어제 오늘 집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문이 열리는 것이 기다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눈앞에서 멈춘 발소리, 크리스의 휴대폰에서 작게 진동이 오고, 크리스가 그것을 열어 보니 오카베로부터의 귀가를 알리는 메일, 크리스는 무심코 일어서서, 현관에 종종걸음으로 향했다.

하시다가 무슨 일인가 하고 눈을 떴지만 마유리는 왠지 감을 잡은 듯 에헤헤, 하고 웃어 보였다.

크리스가 현관문을 열자 그 곳에는 --

"다녀왔습니다, 크리스"

오늘 하루 돌아오기를 기다린 사람이 거기에 있어서.

크리스는 웃는 얼굴을 띄우며 오카베의 백의를 꽉 쥐고, 다녀오셨어요 라고는 역시 말할 수 없었지만, 일단의 마중의 형식은 갖추었다.

오카베가 쓴웃음을 띄우며 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자, 크리스는 백의를 더욱 더 세게 잡았다.

그대로 오카베를 잇따라 방에 돌아오니, 역시 아무래도 하시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와 신경이 쓰였고, 이전에는 도망다니기만 해, 하시다를 제대로 마주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였다.

크리스는 백의를 점점 세게 잡고, 힐끔거리며 하시다 쪽을 훔쳐보니, 오카베도 아무래도 그것을 눈치챈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시다에게 물었다.

"다루, 너 얘한테 뭐 했어?"
"뭐, 뭐라고!? 아,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오, 억울하다오!? ㄴ,내가 아무리 그래도--"
"뭐, 아니, 됐어, 알았어. 괜찮아, 의심한 게 아니다. 혹시 모르니까 확인했을 뿐이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려는 하시다에게 쓴웃음을 흘린 오카베가, 마치 항복하는 것 같은 포즈를 취한다.

하시다는 곤란한 듯한 표정을 띄우지만, 오카베가 진정시키자 하시다도 침착해진 것 같아서, 다시 리포트에 전념한다.

그것을 확인한 뒤, 오카베는 또 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크리스는 히죽히죽거리며 조금은 칠칠치 못한 미소를 띄웠다.

마유리가 소파, 하시다는 PC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오카베는 안쪽에 있는"개발실"의 PC를 사용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조금 전 서표를 끼운 양장본을 들고 마유리의 옆, 비어 있는 자리에 걸터앉았다.

마유리는 웃으며 맞이해 주자 크리스도 덩달아 웃는 얼굴이 되었고 마유리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책을 펼쳐 계속 읽기 시작하자, 레버토리는 조용히 깊은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은 하시다가 스스로 결정을 하고, 사주는 바람에 피자가 되었다.

하시다가 주문하려고 전화를 걸려고 했던것을 오카베가 저지한다.

하시다에게 주문시키면 같은 것만 여러 게 시킨다는 이유였고,

하나는 하시다가 원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할지 마유리와 크리스에게도 물어보았다.

크리스는 솔직히 아무거나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했지만, 오카베가 생각하다 지쳐 버린 것 같았고 그것이 제일 곤란한 대답이였던 것 같기 때문에, 적당히 한 종류를 선택했다.

한판은 하시다가 좋아하는 것, 다른 한판은 네 종류의 피자가 하나로 합쳐진 것으로 결국 피자는 두 판이 왔다.

옵션으로 샐러드와 가라아게도 주문한 것 같아서, 평소와 달리 테이블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 날은 마유리의 코스 의상을 치우고 난 뒤 테이블의 공간을 모두 사용해서 식사를 했다.

하시다를 포함해 테이블을 둘러싸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크리스도 약간 긴장을 한 것 같았고, 결국 마유리와 오카베에 사이에 낀 형태로 약간만 하시다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오카베나 마유리에게 이끌려, 거기에 재미있는 대답을 돌려주는 하시다의 모습은, 크리스가 보고 있어도 재미있는 것이어서, 향후는 조금씩 사이좋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니, 그런 것을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카베나 마유리에게 괴롭힘당해 재밌는 반응을 보이는 하시다의 모습은, 크리스가 봐도 재밌는 것이었기 때문에 향후 조금씩 가까워 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식사가 끝난 후 모두가 쓰레기를 처리하는 동안 크리스는 샤워를 했다.

낮에 있었던 일도 있어서 속옷을 갈아입는데 조금 망설였는데 다행히 오늘은 거기까지 기온이 오르지 않아 조금 주저하긴 했지만 속옷은 입었던 걸 다시 입었다.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하시다가 묘하게 흥분한 모습으로 오카베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무슨 일인지 듣고 있으니 크리스가 샤워를 하고 있던 일을 뜨겁게 말하는 하시다를 오카베가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크리스는 무심코 하시다를 지그시 노려봐 버렸다.

게다가 비교적 진심으로 거리를 두게 되어, 역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철회할까,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어이 저기 봐, 크리스 아연실색해 있……어이, 크리스?"
"에…… ㄴ,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멀리 물러선 것 아니냐"
"우헤! 그 눈 좋아. 더 째려봐 달라오."
"다루, 목 졸라 버리기 전에 싫으면 돌아 가"

혈관이 빠직거리고 있는 것 같은 강렬한 표정으로 하시다를 노려보는 오카베, 그 모습에 무심코 멈칫했던 것 같은 하시다는, 기특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부랴부랴 짐을 쌌다.

리포트는 수정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고, 내일도 또 얼굴을 내밀 것 같았다.

크리스는 생리적인 혐오감이 조금은 들었지만, 오카베와 어쩌다 보니 즐겁게 있던 것을 보고, 그래도 뿌리는 나쁜 사람은 아닌가, 라며 약간 자신답지 않은 것까지 생각해 버린다.

자신의 소는 더 어떤 상대라도 상관없이 의심 닿는 인간 였을 것이지만, 즉 그것이 뒤집어 버릴 정도로 지금은살갗이 그리운 것일까.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 일단은 인정 상대, 하시다을 멀리서 포위에 배웅한다.

자신은 어떤 상대라도 개의치 않고 의심할 수 있는 인간이었지만, 다시 말해 그 모습이 뒤집힐 정도로 지금은 사람이 그리운 것일까. 그런 생각하면서, 우선은 좋게 판단한 상대, 하시다를 멀리서 바라보며 배웅했다.

"그럼, 마…… 아, 저기, 마, 마키세 씨, 또 와도 되는건가오……?"

딱히 크리스가 방 주인도 아니라고 하지만 하시다가 크리스를 신경 쓰는 것 같았다.

이러쿵 저러쿵 해도 꽤 괜찮은 놈일지도 몰라.

크리스는 꾸벅 하고 인사로 그 질문에 대답하자, 하시다도 안도한 듯이 어깨의 힘이 빠졌다.

하시다에 이어 마유리도 그대로 돌아가 버려, 레버토리에는 또 오카베와 크리스의 단 둘만이 남는다.

이렇게 되어 버리면 크리스도 상당히 원상태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아직도 본래의 크리스의 모습까지는 도저히 미치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건내는 말도 최초의 모습과 비교하면 꽤 나오게 되었다.

"저, 기…… 잠, 잠시 상담 좀……"
"어? 드문데, 크리스 쪽에서 상담이라니"
"ㄴ, 네……"

그래도 역시 한심스러울 정도로 가냘픈 목소리로 자칫 잘못하면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작은 목소리 였긴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크리스의 있는 힘껏 이였고 단지 그것뿐이더라도, 말 자체는 어떻게든 흘러 나오고 있었으므로, 그래도 좋은 편이다.

오카베가 가져다 준 닥페를 받고, 두 사람은 동시에 소파에 앉았다.

크리스는 닥페의 페트병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오늘 오늘 생각하게 된 두 개의 걱정거리를 얘기했다.

첫 번째 사항에 관해서는 이성에게 상담하는 것이 조금 꺼림칙한 내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상담할 수도 없었다.

마유리에게 '남의 속옷이라 기분 나빠서 입지 못하겠어요'라고는 아무리 말하려 해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물론 일반인의 공통된 견해로서 남이 입던 것을 입고 다니는 것이 싫다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그러는 마유리도 남에게 빌려준 것은 본래 그렇게 하고 싶던 일은 아니였을 것이다.

모처럼 마유리는 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내려놓고 선듯 빌려준 것인데, 그 당사자가 자신의 개인적 사정으로 거절한다는 것은 실례일 것이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여 오카베와 상담해 보니, 아니나다를까 오카베의 얼굴이 약간 붉었고, 기분 나빠 보였지만,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오카베도 납득해주었는지, 내일은 쇼핑하러 나가는 것을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

마침 내일은 친가 아르바이트도 부모님의 사정으로 쉬게 되어서, 시간을 낼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언제까지나 이 곳에 신세져 버리는 것은 폐가 되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기 나오자마자 오카베는 쓴 웃음을 지어 버렸다.

크리스만 괜찮다면 얼마든지 묵고 가면 된다.

그런 말을 태연하게 말하고는 당황해 하긴 했지만, 밤에 혼자 있는 더 무섭다든가, 그런 것으로 변명을 시도했다.

그런데도 대답은 같고, 오히려, 오카베 집이 더 편하다면 그쪽이라도 상관없다고까지 말해 버려, 크리스는 보다 위축되어 버린다.

당연하지만, 낯선 어른에게까지 불필요한 폐를 끼칠 정도라면, 아직 오카베에게 신세를 질 만한 쪽을 선택하고 싶은 것은 신세를 지는 측의 최소한의 양심이다.

사실은 다른 곳에 거점을 두고,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계속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오카베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그 호의를 일부러 거절 할 것도 없고, 사실 이 레버토리에서의 생활은 에어컨이 없는 것을 제외하면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적인 결론으로는, 당분간 여기에 얹혀 살게 될 것 같았다.

"뭐야, 나랑 함께있기 싫으면 마유리라도 부르든가, 호텔 같은 데로 옮겨 달라고 해도--"
"괜찮아요."

오카베가 크리스를 신경써서 무엇인가 말하려고 한 것을, 크리스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가로막았다.

그것은 오카베에게 주워지고 난 뒤로, 처음으로 겉으로 들어난 크리스의 "본질"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방해물도 없어 마키세 크리스의 본래의 감정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에 오카베도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고 굳어버렸고, 크리스도 말한 후에, 아차 하고 얼굴을 새빨게졌다.

"아, 아니, 그러니까, 저, 저, 저, 저, 저기 오카베씨가 괜찮다면…… 함께가 좋아요."

점점 약해져가는 목소리, 그에 반비례하게 무서운 기세로 붉어져가는 얼굴. 주워지고, 보살핌 받고, 또 보살핌을 받는 크리스로서는, 그 일련의 일을 전부 알고 있는 오카베가 돌봐 주는 것이, 가장 편하고 빨랐다.

이전의 상담도 현재로서는 오카베 외에 부딪칠 사람은 없다.

오카베도 그다지 싫지는 않은 듯, 웃으면서도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고. 거기에 안심한 크리스가, 소파에 깊게 가라앉으면서 오카베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그 얼굴에는 작지만 피로가 어른거리고 있는 것 같고.
오늘은 하루종일 아르바이트였던 것이 생각나, 아, 하고 소리를 지른다.

"저...수, 수고하셨어요?"
"음, 뭐 조금이지만… 미안하지만 샤워를 하고 와도 될까?"
"아, 그러니까... 네, 그, 저에 대해서는, 괜찮으니까요……"

크리스가 보호되고 있는 쪽이긴 한데, 왠지 크리스를 신경을 쓰는 오카베, 역시 안심하고 곁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이 사람뿐이구나 라는 것을 멍하니 생각하면서, 샤워 룸에 들어가는 오카베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다음은 특히 이렇다 할 일은 없었고, 여느 때처럼 크리스가 소파, 오카베가 바로 옆의 바닥에서 침낭에 들어가 취침하고, 두 사람의 밤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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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잠깐 다녀올게"
"어이, 다녀와. 친가에 안부 전해주고 리얼충은 폭발해라."
"엣...!?"
"크리스 너는 정말로 흔들리지 않는구나…… 일일이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

다음날, 아침을 느긋하게 보낸 뒤, 하시다가 라보로 오는 것을 기다리고 나서 두 사람은 출발했다.

오카베에 있어서 크리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마음을 열어 주고 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 편한 일로, 하시다에 관해서도 첫 인상 보다도 꽤 부드럽게 익숙해져 그 나름대로 편안해 진 것 같았다.

조금 더 경계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농담정도는 흘려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도 생긴 것 같다.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밖에 나올 때는 변함없이 백의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크리스의 머리에 손을 얹어 쓰담아준다.

"어때, 생활이 많이 익숙해졌나?"
"…네…에, 하지만, 아직……밖은 무서, 워요…"

역시 밖으로 나오는 것은 불안감 때문에 완전히 위축된 것 같고, 거의 밀착이라고 될 정도로 바짝 달라붙었다.

관계가 개선된 것이라면 크게 기뻐할 일이겠지만, 공교롭게도 크리스는 완전하게 겁먹고 있었고, 오카베도 그녀가 걱정 되었지만 유갑스럽게도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기뻐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전에는 라보에서 지금 같은 상태였고, 밖으로 나오면 전혀 말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제대로 입을 열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크리스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발전일 것이다.

오카베는 그 이상을 크리스에게 요구하지 않고, 오늘의 목적인 친가에 인사와 크리스의 생필품을 갖추기 위해 쇼핑하러 발길을 옮겼다.

부모님의 일은 오후부터이므로, 오전중에는 자택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것이다.

적당한 시간에 크리스를 데리고 간다는 이야기도 해놓았고, 쇼핑도 포함해 부모님에게는 전달은 재빠르게 끝마친 상태였다.

아마 레버토리로 돌아가면 점심 무렵일 것으로 생각되니, 내친김에 밥도 사 가지고 돌아갈 것을 고려하면서, 우선은 아키하바라역으로 이동하였다.

- - - - -

결국, 크리스의 요청으로 점심은 외식으로 끝내고 레버토리로 돌아올 무렵에는 벌써 간식 시간이 되어 있었다.

하시다도 레포트는 오전중에 완성시킨 것 같고, 제출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라보에서 천천히 있다 나간다는 것이었다.

돌아오자마자 또 리얼충이 어쩌구 저쩌구 하며 놀려댔지만, 긴장으로부터 해방된 것처럼 소파에 앉아 축 늘어지는 크리스를 보더니, 하시다도 놀릴 생각이 사라진 것 같았다.

일단 크리스가 갖고 싶어하던 생활 용품은 대강은 갖추어졌고, 좋은 외출의 기회였던 것도 있고, 아키하바라에서 생활해 나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상점들도 안내해주며 돌아다녔다.

어짜피, 당분간 혼자서 외출은 무리라고 생각되므로, 외출할 때에는 마유리나 오카베가 따라가게 되겠지만 무슨 일이 있고, 없고를 아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다를 것이다.

점심은 메이퀸으로 할까도 생각했지만, 지금의 크리스라면 자극이 너무 세서 무서워 할 것 같다는 판단에 그냥 평범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택했다.

보다 정확하게는, 페이리스를 만나게 하고 싶어서 메이퀸을 선택하려고 했지만, 아마 지금의 크리스에게는 페이리스가 제일의 난점일 것이라고 생각해 그만두었다.

실제, 심로로 녹초가 되어 버려, 지금은 소파에서 선잠을 자고 있는 크리스를 보고 있으면, 그 판단은 잘못되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거기서 메이퀸을 선택했다면, 아마도 크리스는, 그 후의 아키하바라 안내를 받지 않고 그대로 여기에 돌아왔거나, 혹은 메이퀸에서 쓰러져 버렸을 것이다.

 

"자……"



돌연히 휴대폰을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

이곳은 α세계선의 오카베가 이동 가능한 한 최후의 라인.

즉, 마유리의 데드라인의 가장 더딘 세계선일 것이다.

한방에 마유리의 죽음을 피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인 것을 감안하면 타임리프 머신이나 IBN5100의 확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슬 전화 렌지(가칭)의 해명과 개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시간에 맞출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머릿속에서 대충 일정을 구성하고, 오카베는 다시 정신을 차린 뒤, 하시다에게 얘기하고 전화 렌지(가칭) 실험을 재개했다.

아무쪼록 어설프게 패러독스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언동에는 세심의 주위를 기울이면서.


몇 번인가 젤리 모양의 물체를 만들어 내면서, 어떤 반응을 돌아오는 것이 자연스러운지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지금의 오카베는 모범 답안을 전부 알고 있었지만, 생각해야 할 것은 이 타임 머신 「전화 렌지(가칭)」 의 기본 구조나 실체등이 아니고,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크리스나 하시다를 모범 답안으로 빠르게 이끌 수 있을지, 그런 것을 고민했다.

물론 내막을 전부 밝히고 그대로 만들어 버리는게 가장 쉽겠지만, 아래층에는 라운더 사령관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섣부르게 움직이면 마유리가 죽는 것보다 라운더의 습격을 더 빠르게 불러올 수도 있었다.

섣불리 손을 쓸 수 없는 이상 세계선에 큰 변동을 줄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해 전화 렌지(가칭)의 해명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중, 그 소음으로 눈을 뜬 것 같은 크리스가, 눈을 비비면서도 개발실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에 깨닫는다.

그렇게끔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꽤 좋은 타이밍이었다.

"음, 크리스, 잠에서 깼니?"
"후아…네…뭐...하고 있나요?"

하시다의 존재를 잊은 것 같은 크리스는 오카베와 단둘이 있을 때처럼, 약간 이지만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와 있는 것 같았고, 오카베가 하시다에게 수신호로 알리자, 역시 크리스가 얽혀있어 신경질을 냈지만, 진지해져 있는 오카베의 분위기를 읽고, 하시다도 행동을 자제했다.

거기서 오카베는 크리스에게, 전화 렌지(가칭)의 현재 해명할 수 있는 내용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현시점에서는 애매하고 적당히 얼버무리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지뢰를 밟을 수도 있었다.

오카베는 대강 설명을 한 뒤, 지금은 하시다가 다듬고 있다는 명목으로, 하시다를 불러 설명의 보충을 시켰다.

하시다도 오카베에 호흡을 맞추어 가능한 크리스를 놀래키지 않게 신경을 쓴 다음 대화를 진행시켜 나갔다.

물론, 오카베가 이 시점에서 알고 있는 것을 비교적 신중하고, 최대한 모호하게 섞은 뒤 하시다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자신들이 생각 이상으로 이 전화 렌지(가칭)을 해명하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는 조금 섬뜩해졌다.

조금이라도 자세하게 이야기 했다면, 크리스쪽이 아닌 하시다쪽에서 태클 받을 뻔했다.

멍청한 행동을 하지 않았던 자신을 칭찬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서 실험에 협력한 듯이 바라보고 있는 크리스에게 오카베는 예전의 세계선에 가까운 리액션을 돌려주기로 했다.

"안타깝지만, 지금의 네가 건드리면 어떻게 되어 버릴지 모른다. 거기다 이 녀석은 레버토리의 최고 기밀, 너는 단지 얹혀사는 몸이니까 이 녀석을 이 녀석을 만지게 할 수는 없어."

으, 하고 분한 듯한 표정을 띄우는 크리스.
전에 본 것 같은 「해주겠어」라는 표정이 들어났고, 조금씩 본성을 되찾고 있는 크리스에게 확실한 반응을 마음속으로 느끼면서, 뒤에서 들려오는 하시다의 목소리에, 씨익 거리며 입가가 비틀렸다.

"하지만 오카린, 마키세 씨는 사이언스지에도 실리는 천재지 않음? 어쩌면, 해명할 수 있지 않음?"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지금의 정신 상태로는……"
"아니, 아까 나를 알아보지 못했을 때는 의외로 평범하게 이야기했던게 함정이잖슴. 아무튼, 열심히 책 읽는 걸 보고 있으면,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오"

크리스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뱡향을 튼 하시다, 덧붙여 힐끗 뒤를 돌아보니, 크리스는 동료에 넣어 주길 바라는 듯이 이쪽을 올려다 보았다.

대략 오카베의 계획 대로 흘러가자, 무의식 얼굴이 빨개지려는 것을 억제하는데 상당한 고생이였다.

오카베는 오랫동안 봉인시켜 두었던 "그녀석"을, 다시 한번 여기서 깨웠다.

내친김에 약간은 사사로운 사정을 넣어도 괜찮겠지, 얌전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어제 @체널로 무참히 두드려 팬 이 녀석에게 조금은 트집을 잡아도 불평을 듣진 않을 것이다.

아르바이트중에 가끔은 스레를 들여다 보았을 때 느꼈던 그 굴욕감은 잊을 수가 없다. 생각하니 조금 화가 나서, 으드득, 하고 이를 갈았고, 크리스를 보며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것 같아, 이젠 괜찮은지 제대로 확인을 한 뒤--- 크게 웃고는 여느때 처럼 중2병 포즈를 취해 보였다.

"흐하하하!!! 좋다! 실험에 참가시키지 못할 것도 없지"
"후, 후엣!? 에……저, 저기, 뭐가……"
"다만!! 조건은 두개다!!"
"히익?"

마치 180도 캐릭터가 바뀌어 버린 오카베를 크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역시 두려워하는 모습은 없었고, 단순하게 놀란 것을 숨기지 못한 모습 뿐이였다.

오카베는 냉정하게 그걸 분석한 뒤, 이거라면 확실히 가능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대로 돌진했다

"첫~번째! 너는 라보맨이 되어 줘야겠군!"
"에,저기……나를 이 연구소에, 그…… 마, 맞이해, 주는... 건가요……?"
"뭐 그렇지. 다만 두~번째!! 라보맨으로 맞이하는데 있어서 조건이 있다!!"

오카베는 허둥대는 크리스를 바라보며, 첫 만남때 이런 대화를 주고받은 것을 재차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β세계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모두 없었던 일로 해야한다.

나도 모르게 서글픈 표정을 지을 뻔한 걸 꾹 참으며, 어제 당한 것을 떠올렸다.

그래, 이 녀석은 한 번 당해봐야 해.

그런 생각에 겨우 호오인 쿄우마를 이 자리에 불러 들였다.

"네 놈은 내 조수가 되어라!!"
"네,네?!"

……성희롱 행위를 불문하라고는 말할 수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성희롱은 하지 않았다--정확하게는, 제정신의 인간 상대로 했으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만한 것을 조금 했을지 모르지만, 상황이 상황이었기 때문에 성희롱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 대사는 쓸 수 없다.

그러니까, 끈질기게 조수라고 말하지 말라던 크리스라면, 이 호칭은 나름대로 불편할 것이라 판단해 이것을 선택했다.

그래, 크리스와는 적당히 가까운 거리면서도, 서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라이벌 같은 관계가 가장 베스트다.

그것은 물론, 변칙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또 --그 자체가, 오카베의 개인적인 욕망이라는 의미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었다.

"조, 조수……라니……"
"불만인가?
"으,으…… 알, 알겠습니다…… 신세지고 있습니….다……"

분한 듯이 올려다보는 크리스

오카베는 빙긋이 웃어 보이자, 크리스는 역시 겁을 먹은듯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것이 "오카베 린타로"라고 착각하게 되면 곤란하므로 지금까지의 태도가 어디까지나 오카베의 본성이며, 이는 "호오인 쿄우마"라고 강하게 인식하게 해야한다.

……하는 김에 이 이름에 크리스가 반응해 준다면, @체널을 소재로 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못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 라보멘 넘버 001, "호오인 쿄우마"가 미래 가젯 연구소장으로써 명령한다!!"
"에...뭣!?"
"지금부터 너는 라보멘 넘버 004! 조수로써 내 손발이되어 레버토리를 위해 부지런히 일해야 할 것이다!! 크리스티이낫!"

거침없이 삿대질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단어를 골라 던졌다.

스스로 의식하고 난 뒤 깨달았지만, 과거의 나는 성희롱이나 다름없는 것을 상대에게 저지르고, 이런 자기중심적이고 고압적인 말을 잘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크리스가 오카베를 그때 따라 온 이유를 전혀 모르게 되었지만, 눈앞에서 눈을 희번덕거리는 천재 소녀를 능글스럽게 바라보며 히죽히죽 미소지어 보였다.


"다, 당신이, 설마……호오, 인…이라…고…"
"흠!! 제길, 어제는 그 빌어먹을 놈에게 짓밟혀... 큿!! 뭐 그런건 좋다. 이 세상에 파괴와 혼돈을 가져오는 나는 광기의 매드사이언티스트 호오인 쿄우마닷!! 후하하하하하핫!!

오카베 허리에 손을 대고 큰 웃음을 지어 보이며 힐끗 바라보니, 크리스의 얼굴에 절망이 묻어나오는 표정을 짓고, 우뚝 서 있었다.

아니, 알고는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왕이면 존경받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후회했지만, 알아차리니 이미 너무 늦었다.

멋쩍게 웃던 입가도 결국엔 점점 굳어져 버렸고, 등골마저 얼어버릴 듯한 절대 영도의 눈으로 노려보니 이제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조수여"
"조, 조수라니……아, 으으……"

그래도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아직 크리스는 대화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고, 보기에도 낙담해하며 머리를 손을 대고 고개를 젓고 있었다.

크리스의 몸짓만으로 '왜 이런 놈을 믿어버린걸까'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 전해졌고, 오카베는 크리스의 본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버린 것에 아무리 노력해봐도 미소를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한숨을 우렁차게 내쉬며 머리를 박박 긁기 시작했다.

적어도, 라보내에서 오카베와 함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걱정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알, 알겠어요……. 조수라도… 괜, 괜찮아요."
"음, 좋다. 그럼 다루 실험을 재개하지. 나의 조수, 크리스티나를 맘껏 부려라."
"크, 크리스티나 라고… 부… 르지... 말아..주세요."

능글맞은 표정을 어떻게든 유지하면서도 크리스의 상태를 물어 보자, 거기에는 조금 험악한 표정을 짓고 조금 가시 돋친 말이 돌아와, 오카베는 내심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 어쩌면 크리스에 있어서는 특효약이 될지도 모른다.

간신히 컨디션을 되찾은 하시다와 함께, 레버토리는 이전의 세계선처럼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 - - - -


"하지만 바나나가 텔레포트라니."
"텔레포트라고 결론짓는다, 건, 성급한 생각입니다……"
"그럼 뭐라 해야 하는거냐 크리스티나."
"그걸 알면 고생, 안해요.... 그리고 티나는 그만두세요."
"음……전혀 모르겠어."
"다른 것으로……해냈던 것은?"
"마유씨가 냉동 가라아게를 얼리는 것을 잊어버린 적이 있어서 한번 넣어봤어."
"결과는……?"
"냉동됐어. 참고로 다시 해동시켰더니 똑같이 겔 상태였어."
"……흠……겔로 변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거로군요……"


 - - - - -


계속 실험을 진행하다 보니, 해가 지기 시작했고 브라운관 공방도 폐점 시간을 앞두고 있었다.

오늘 오카베로서는 호오인을 겨우 부활시켜, 크리스를 라보멘에 막 끌어들인 참이기 때문에 오늘 중에 타임머신의 가설에 이르는 것은 막고 싶었고, 어떻게든 그것만은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브라운관 공방이 문을 닫은 뒤 42인치 브라운관 마저 꺼진다면 D메일조차 보낼 수 없게 된다.

"이제 슬슬 날도 저물었는데 오늘은 이쯤에서 끝낼까?"
"하지만, 아직……"
"그러고 보니 크리스……티나, 너, 돌아갈 예정은 있는건가?"
"왜 일부러, 티나를 붙인 건가요…… 아직은 없어요."
"오카린, 중2병과 오카린의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오"
"시끄럽다!! 이 호오인 쿄우마가 말하는 모든 것은 진실이고--"
''중2병 ㅅㄱ!''
"...어?"
"...이봐 크리스티나 너"
"아, 아무것도 아니, 에요. 저는 단지 하시다 씨에게, 맞춘 것, 뿐이……"

이야기가 꽤 옆길로 새버렸고 어떻게든 되돌려, 크리스에게 미국으로 돌아갈 날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시간은 아직 많이 있다고 말하며, 오늘은 이쯤에서 실험을 중단했다.

지난 세계선과는 조금 다르게 전개될지 모르고, 타임머신이 저번처럼 갑자기 나타나면 트라우마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크리스에게 가는 충격이 가능한 적도록, 미리 타임머신에 대한 가능성을 확실히 내포해 놓으며 신경 쓰는게 좋을 것이다.

그 후부터는 각각 전화레인지(가칭)에 대한 고찰을 하거나, 인터넷을 돌아다니거나,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등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시다는 개발실의 PC를 사용하고, 오카베는 휴대 전화를 만지며 텔레비전을 바라보았고, 크리스는 애독서를 읽고있었다.

물론, 오카베와 크리스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고, 크리스가 이만큼 괜찮아진 것을 보면, 슬슬 하시다와 일상적으로 리얼충이 어떠냐는 등 농담을 주고받아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것을 생각했다.


"…이봐, 크리스"

오카베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크리스에게 말했다.

이는 호오인이 아닌 오카베 린타로로서.

크리스티나에게 전하는게 아니라, 마키세 크리스에게 전하는 말.

"...평범하게 불러 주시는군요."
"호오인은 돌아가버렸다.'
"...하아, 그렇습니까……. 뭐예요?"
"...기운은 좀 차렸나?"

오카베가 휴대폰을 닫고 크리스 쪽을 바라보며 묻자, 크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조금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직 이 습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고, 오카베가 작게 웃으면서 크리스의 머리를 쓰담자, 이번에는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들었다.

힐끔힐끔 거리며 훔쳐보며 얼굴을 가린 그 모습은, 역시 요 며칠간이나 봐 왔던 크리스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양장본의 커버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크리스는 고개는 분명히 끄덕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오카베 씨 덕분에 분명히."
"그것 참 다행이야."
"아, 호오인 씨에게 말할 걸 그랬나요?"
"시끄럽다."

조금 장난스럽게 말하는 크리스에게 오카베가 쓴웃음을 지어보이자, 크리스도 큭, 하고 작게 웃었다.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이 간신히 나오게 되어, 오카베의 걱정거리는 상당히 작아져 있었다.


그리고 난 뒤, 바깥이 어둑어둑해졌을 무렵, 현관문이 힘차게 활짝 열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오는 그 모습에 세 사람 모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뚯…, 뚜루우~…… 하아, 피곤해."
"마유씨 왜 그렇게 달려왔음?"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을 텐데"
"하, 하로. 마, 유리."

마유리는 에헤헤, 하고 웃어 보이며 처음에는 별 느낌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았지만, 짐을 내려놓으면서 위화감을 눈치챘는지 그 자세 그대로 경직되었다.

오카베는 하시다와 마주보고, 서로 미소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크리스 쪽을 돌아보니, 크리스는 얼굴을 약간 붉히면서 마유리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마유리는 조금 틈을 두고 천천히 크리스 쪽으로 눈을 돌렸다.

"크리스짱, 지금……"
"에, 에……상당히 괜, 찮아, 진, 것…… 같아."

마유리와의 나누던 대화에는 아직 어색함이 조금 남지만, 그것은 분명 지금까지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더듬더듬 말을 꺼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유리와 크리스, 두 사람의 관계와 말투는 지금까지 봐 왔던 세계선과 변한 것이 없어서였는지 오카베는 무심코 울컥하게 되려던 것을 어떻게든 참아 낼 수 밖에 없었다.

크리스를 줍고 나서 도와줘야만 했던 크리스가 마유리와 평등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가.

오카베가 크리스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자, 마유리가 크리스에게 달려와, 그대로 크리스의 가슴에 안겨들어 갔다.

"아, 앗!?"
"에헤헤! 크리스짱의 목소리, 겨우 제대로 들을 수 있던 겁니다! 하아, 기뻐요!"
"에, 에에, 그, 고마워, 마유리.... 폐, 많이끼쳐서.... 미안... 해요."
"전혀! 신경 안 써요! 에헤헤, 저기 오카린, 오늘은 파티네!"
"글쎄……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크리스가 꽤 좋아진 것과 크리스티나의 라보멘 입성을 축하해서, 한 번 거창하게 할까."

오카베가 그렇게 말하며 마유리에게 웃어 보이자, 크리스가 라보멘에 들어온 것을 알고, 나중에는 크리스의 뺨에 비비기까지 하기 시작했다.

하시다가 백합 전개에 대해 소란을 피우기 시작해 오카베와 크리스에게 입 다물라는 말을 듣고, 마유리가 그것을 보고 웃는다.

오카베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레버토리의 당연한 광경이, 다시 한 번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어제는 하시다가 사줬던 피자였는데 오늘은 피자 한판과 KFC의 프라이드치킨세트 같은것도 주문해서 어제보다 더 호화로운 파티가 개최되었다.

참가 인원은 겨우 4명에 불과했지만 오카베에게 있어서 이 4명이 갖는 의미는 숫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몇 번이고 오카베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고, 그때마다 호오인 쿄우마를 불러 어떻게든 극복해 나갔다.

어쩌면 이상한 곳에서 눈치가 빠른 마유리는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마유리는 그것을 면전에 대고 말할 만큼 촌스러운 인간은 아니다.

원래 오카베와 하시다, 마유리 3명이서 모두 모여 테이블을 둘러싸고 그런대로 대화를 나눴었지만, 거기에 크리스가 더해진 것도 있었고, 그 날은 하시다와 마유리가 급하게 막차를 타러 갈 지경이 될 때까지, 4명이서 계속 즐겁게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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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아, 어서오세요"


오카베가 샤워를 하고 돌아왔을때, 크리스는 개인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 사왔던 물건을 캐리어 안에 정리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이 레버토리에 놓고 생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그 것을 생각하며 갈아입을 옷 등 상당한 양의 물건을 꺼내놓았다.

그만한 양이 다 캐리어에 들어갈리도 없고, 그대로 좌판이 펼쳐진 것 같았다.

오카베는 래버토리 내를 둘러보며, 물건을 둘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헤맸고,

부엌이나 샤워실의 찬장이나 서랍은 모두 사용중이기도 해서 공간이 너무 좁았으며, 개발실에는 조금이나마 여유공간이 남아있는 것을 제외하면 유감스럽지만 제공할 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굳이 말하자면 샤워실 찬장은 리필용 샴푸가 놓여 있을 뿐이였지만, 샤워실 자체는 하시다도 가끔 이용했기 때문에 보여지고 싶지 않다면 제대로 대책을 세워 둘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샤워실이라도 사용해라. 우리 집에 여유공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버지께 다시 물어보도록 하지."
"네, 아,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신경 쓰지 마"

크리스는 솔직히 꽤 곤란했던 것 같고,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 뒤 꽤 많은 양을 안고 샤워실로 들어가, 한동안 부스럭거리며 정리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오카베도 도와줄까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여성의 개인 물품이라면 남성의 오카베가 건드는 것은 섬세함이 많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크리스가 도와달라 할때까지는 일단 비켜있었다.

우선 할 일도 없어서 닥페를 마시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이따금 훔쳐보듯이 힐끔힐끔 바라보았지만, 크리스는 몇 번이나 캐리어와 샤워실을 왕복하고 있었고, 장소만 빌릴 수 있으면 된 것 같아 지금으로서는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번이나 왕복 하는 것을 바라보다가,

오카베는 문득 생각해 내, 마유리가 평상시 코스프레 행사때 사용하는 소품상자에서, 견출지가 있는지 뒤적거렸다.

찾아 보니, 의외로 간단하게 발견했고, 거기에 크리스의 개인사물이 들어있다는 것을 적어놓고 찬장에 붙여 둔다면, 보고 크리스의 개인사물이 들어 있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용해도 괜찮은지를 물어보기 위해 마유리에게 메일로 물어 보았지만, 두말없이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으므로, 감사의 메일을 보내고 그것을 크리스에게 건네줬다.

크리스는 그것도 고맙다는 듯이 받고는, 마지막으로 짐을 확인을 했는지, 샤워실의 탈의실로부터 좋아, 라는 한마디가 들려오고, 간신히 한숨 돌린 것 같은 크리스가 옆에 걸터앉았다.

"자."
"가, 감사합니다. 이것저것 모두........ 죄송해요."

크리스는 오카베와 대화하는데 있어서는 말문이 막히는 일도 없어졌고, 오카베는 거기에 좋은 기분을 느끼면서 닥페를 건네주자, 크리스도 기분 좋게 그것을 들이켰다.

"또 땀 흘리는 거 아냐? 다시 샤워해도 괜찮아"
"음...아마도 괜찮을 거예요."
"그래?"

우파 쿠션을 무릎 위에 올려둔 뒤, 오카베와 같이 휴대폰을 꺼낸 크리스.

하지만, 몇 분 조작하고 말더니, 곧바로 휴대폰을 닫고 고개를 숙여 버리고 만다.

딱히 모습을 바라보던 것이 아니던 오카베였지만, 크리스가 고개를 숙인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그 얼굴에는 약간 그늘이 져 있었고, 기운이 없다기보다는 약간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오카베가 걱정하며 말을 걸자 크리스는 고개를 들고 오카베와 마주 봤지만, 역시 나쁜 안색은 고쳐지지 않고 으윽, 하며 약간 괴로운 듯이 신음을 흘렸다.


괜찮냐고 묻는 오카베의 말에 조금 틈을 두더니, 크리스는 드물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평소 신세지기 싫어하던 크리스는 이런 경우 대개 억지로 강한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번에도 예외 없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던 오카베는 조금 당황하게 되었다.

상담이라면 예전처럼 언제든 해도 괜찮다고 말한 뒤,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크리스는 띄엄띄엄,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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