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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기타

[2ch] 수명을 팔았다. 1년당 1만엔에 (5)

rennes 2019. 7. 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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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2:15:55.35 ID:uxwqRYpB0 

미야기는 그런 나를 걱정해서인지, 
「저기, 자판기 순회로 돌아가요」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저도 자판기를 보는 게 좋아져버렸어요. 
당신의 등에 매달려 있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도 나는 계속 걷고, 계속 생각했다.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사고도 기울어서, 
전혀 아이디어 따위 떠오를 상황이 아니었지. 

정신 차리고 보니, 전에 자주 방문하던 헌책방 앞에 있었다. 
나는 점장인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리워져서,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언제나처럼, 야구중계를 들으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이 수십일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그에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런 일을 했다간 할아버지가 죄악감을 느낄지도 모르니까, 
결국 그 가게에는 가지 않은 척 하기로 했다. 





23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2:19:18.32 ID:uxwqRYpB0 

별 의미 없는 대화를, 20분 정도 나누었다. 
대화는 전혀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독특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지. 

떠날 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할아버지는 라디오의 볼륨을 낮추었다. 
「그렇구먼. 착실하게 해 나간다, 밖에 없지 않겠나? 
그건 난 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서도. 
뭐라고 할까, 결국, 눈앞에 있는『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착실하게 해나가는 것 이상 나은 방법은 없단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나 같은 인간의 조언을 믿지 않는다』라는 거다. 
성공한 적이 없는 주제에 성공에 대해서 얘기하는 녀석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쓰레기뿐이니까 말이다.」 





23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2:22:28.59 ID:uxwqRYpB0 

헌책방을 나온 나는, 그 길로, 
언제나 다니던 CD샵으로 발을 옮겼다. 
점원 형님에게는, 할아버지에게 한 것과 같은 거짓말을 했다. 

한동안 최근 들었던 CD이야기를 한 후, 나는 이렇게 물었다. 
「한정된 기간에 뭔가를 해내기위해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을 의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하고 그는 말했다. 
「그치만, 자기 혼자의 힘으론, 아무것도 안되잖아요? 
그렇다면, 타인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잖아요. 
저, 개인의 힘이라는 거 그렇게 믿지 않거든요」 





24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2:26:24.50 ID:uxwqRYpB0 

참고가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를 어드바이스였지. 
밖은 어느 샌가, 여름 특유의 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가 가게를 나가려고 할 때, 좀 전의 형님이 우산을 빌려주었다. 

「잘 모르겠지만, 뭔가 해내고 싶다면, 
먼저 건강은 빼먹을 수 없으니까요」라고 하면서 말이지. 

나는 우산을 쓰고, 미야기와 나란히 걸었다. 
작은 우산이었으니까, 둘 다 어깨가 쫄딱 젖었다. 

주변에서 보면 나는, 어긋난 위치에 
우산을 쓰고 있는 바보로 보이겠지. 





24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2:33:36.16 ID:uxwqRYpB0 

「이런 거, 좋네에」하고 미야기가 웃는다. 
「어떤 게 좋은 거야?」하고 나는 묻는다. 

「주변에는 우스꽝스럽게 보이겠지만, 
당신의 왼쪽 어깨가 젖는 것에는, 
굉장히 따뜻한 의미가 있다, 라는 거에요」 

「그런가」하고 나는 부끄러워하며 말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수줍쟁이씨」하고 미야기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지나쳐가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거기서, 나는 일부러 미야기와 계속해서 얘기했다. 
여기까지 오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게 역으로 즐거웠고, 
무엇보다, 이렇게 하는 걸로 미야기는 기뻐해주니까. 
내가 우스꽝스러워질수록, 미야기는 웃어주니까. 





24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2:38:53.96 ID:uxwqRYpB0 

상점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니,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 
같은 학부의, 인사 정도는 나누던 남자다. 
그 녀석은 내 얼굴을 보자, 화난 듯한 얼굴로 다가왔다. 
「너, 최근엔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미야기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이 아이랑 놀면서 돌아다니고 있었어. 미야기라고 해」 

「웃기지도 않네」하고 그는 불쾌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말야, 쿠스노키. 전부터 생각했는데, 너 어딘가 아픈 거라고. 
사람과 만나지 않고 자신의 껍질에 틀어박혀 있으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내가 당신 입장이었다면 같은 반응을 했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확실히 미야기는 여기에 있어. 거기에, 귀엽다구」 
나는 그렇게 말하고 혼자서 크게 웃었다. 
그는 질려버린 얼굴로 떠나갔었지. 





24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2:49:25.70 ID:uxwqRYpB0 

소나기였던 듯, 비는 곧 그치기 시작했다. 
하늘엔, 흐릿하게 무지개가 떠 있었지. 

「저기, 아까는……감사했습니다」 
미야기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어깨를 기댔다. 

”착실하게”, 인가. 
나는 헌책방 할아버지의 조언을 떠올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에겐 할 수 있는 일이 있단 말이지. 
『빚을 갚는다』라는 생각에 얽매여있었지만 말이야, 
이렇게 내가 주변에 수상한 사람 취급 받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상당히 구원받는 거잖아. 

그런 거다. 나는 그녀에게, 확실한 행복을 줄 수 있다. 
눈앞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어째서 그걸 하지 않지? 





24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2:54:27.22 ID:uxwqRYpB0 

버스를 타고, 우리는 호수로 향했다. 
거기서 내가 저지른 짓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눈썹을 찡그리겠지. 

주위엔 혼자 온 손님으로 보일 것을 알면서도, 
나는 「오리배」를 탔던 것이다. 

직원 남자가 「혼자서?」같은 얼굴을 했기에, 
나는 그에게는 보이지 않을 미야기를 향해, 
「자, 가자구」라고 말을 걸어주었다. 
직원, 반쯤 겁먹은 듯한 눈이었지. 

미야기는 이상해서 어쩔 줄 모르는 듯이, 
보트에 타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웃고 있었다. 
「그치만, 성인 남자 혼자서 오리배라구요?」 
「왠지, 벽 하나를 넘어버린 느낌이 드네」하고 나는 말했다. 





24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3:00:47.32 ID:uxwqRYpB0 

혼자 오리배를 탄 후에도 나는, 
혼자 관람차, 혼자 회전목마, 혼자 수족관, 
혼자 시소, 혼자 수영장, 혼자 술집, 
어쨌든 혼자서 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거의 다 했었지. 

뭘 하든지, 나는 적극적으로 미야기에게 말을 걸었다. 
수시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잡고 걸었다. 

점점, 나는 불명예스러운 느낌의 유명인이 되어갔다. 
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손가락질 하며 웃는 사람도, 꽤 있었지. 

단지, 행운이었던 건, 내가 언제나 행복한 듯한 얼굴이었으니까, 
나를 보고 역으로 즐거운 기분이 되는 사람도 그럭저럭 있던 모양이다. 





24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3:04:53.78 ID:uxwqRYpB0 

그리고, 내 행위를 퍼포먼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기 시작했지. 
나를, 실력이 뛰어난 판토마이머라고 칭찬하는 녀석도 있었다. 

오히려, 「미야기 씨는 잘 지내?」라고 묻는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해서 말야. 
그래, 서서히지만, 미야기의 존재는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거야. 

물론 모두들, 투명인간의 존재를 진짜로 믿은 건 아니고, 
뭐라고 할까, 내 헛소리를, 공통의 “약속”으로써 취급해, 
나에게 얘기를 맞춰주게 되었다, 라는 느낌. 
나는 「불쌍하고 재밌는 사람」취급을 받게 되었어. 

그 여름, 난 이 거리에서, 최고의 피에로였던 게 아닐까나ー. 
좋든, 나쁘든. 





24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3:08:09.76 ID:uxwqRYpB0 

그래그래, 술집에서 혼자 건배하고 있었을 때, 
옆 자리의 남자가 말을 걸어 왔었다. 
「그 때 그 사람이죠?」라고 했었다. 

이쪽은 상대의 얼굴이 기억에 없었지만, 
그 너무나도 음대생이라는 느낌의 남자는, 아무래도, 
그 날 내가 1만 엔을 나눠준 한 사람인 듯 했다. 

「최근, 당신의 소문을 자주 들어요. 
마치 옆에 애인이 있는 듯이 행동하는, 
혼자서 행복한 듯이 지내는 남자의 소문」 

「그런 녀석이 있군요」라고 나는 말하고, 
「들어본 적 있어?」하고 미야기를 돌아보았다. 
미야기는 「모르겠네요ー」하고 말하며 웃었다. 

남자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짓는다. 
「……저기, 저한텐 왠지 알 것 같아요. 
당신의 일련의 행위엔, 깊은 이유가 있는 거죠? 
괜찮다면, 제게 얘기해주시지 않겠습니까?」 




25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3:12:42.82 ID:uxwqRYpB0 

그런 식으로 물어봐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깊은 감사를 말했다. 

그리고나서 얘기했지, 지금까지의 일. 
빈곤했던 것. 수명을 판 것. 감시원에 관한 것. 
부모님에 대한 것. 친구에 대한 것. 타임캡슐에 대한 것. 
미래에 대한 것. 소꿉친구에 대한 것. 자판기에 대한 것. 
그리고, 미야기에 대한 것. 

얘기하는 도중, 나는 그만 입을 잘못 놀려, 이런 말을 했다. 
「본인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말이죠, 전, 미야기를, 
스스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정도로, 깊이 사랑하고 있어요」 

옆에 있던 본인은 술을 쏟을 뻔 했었지. 
하지만 말 그대로, 내가 직접 미야기에게 
「사랑해」같은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미야기의 반응이 재밌어서, 나는 마구 웃었었지. 





25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3:17:10.35 ID:uxwqRYpB0 

「그렇기 때문에, 30만을 헛되이 써버린 것, 
그리고 그녀를 의심해버린 것에 대해 보상이 하고 싶고, 
무엇보다, 그녀의 빚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어요. 
그 아이에겐, 이런 위험한 일을 계속 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진지해질수록, 세계는 흥이 깨진다. 

남자는 미심쩍다는 듯한 얼굴이었지. 
내 이야기 따위, 조금도 안 믿었던 거야. 
아마 이 녀석은, 얘기라도 들어주면, 
또 내가 돈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25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3:19:40.16 ID:uxwqRYpB0 

남자가 떠나고, 내가 돌아갈 준비를 하자, 
이번엔 뒤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죄송합니다. 엿들을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아까 이야기, 그만 끝까지 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싸구려 정장을 입은 아저씨는, 머리를 긁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솔직히, 어떻게 생각하셨죠?」하고 나는 물었다. 

「그 아이, 분명, 거기에 있는 거죠?」 
아저씨는 미야기가 있는 부근을 보면서 말했다. 

「오오, 잘 아시네요. 그렇다구요, 귀여워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미야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야기는 간지러운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역시 그렇군요. ……저기, 죄송합니다만, 
잠시 두 분의 시간을 뺏어도 괜찮을까요?」 

”두 분”의 부분을 강조해서, 아저씨는 말했다. 





25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3:23:11.29 ID:uxwqRYpB0 

아저씨는 말한다. 
「혼잣말이 돼버릴 것 같으니 빨리 끝내겠습니다만, 
쿠스노키 씨, 저도 당신과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딱 당신 정도의 나이였을 때, 3살 위의 형이, 
바로 미야기 씨가 당신에게 그렇게 했던 방법으로, 
구렁텅이에 있던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역시나,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결심했습니다. 
어떻게든 해서 형에게 은혜를 갚아야지, 하고 말이죠.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형은 사라졌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였습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아저씨는 글라스에 남은 술을 마셨다. 

「혹시 제가, 당시의 제게 뭔가 조언을 한다고 하면. 
저는, ”한계까지 귀를 열어라”고 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한계까지 귀를 여는 거에요. 한계까지 말이죠. 
――그리고, 당신은 아직 때에 맞출 수 있어요. 
아슬아슬하겠지만, 아직 분명히 맞출 수 있을 거에요」 





25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3:28:43.75 ID:uxwqRYpB0 

아저씨가 가고난 후에도, 나는 그 말에 대해서 생각했다. 

「한계까지 귀를 연다」. 그건, 도대체 어떤 일이지? 
정말로 단지 귀를 열라는 것일까? 
혹은, 깊은 의미가 있는 유명한 격언인걸까? 
아니면, 특별한 의미는 없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 말일까? 

아파트에 도착해, 나는 미야기와 함께 침대에 파묻혔다. 
「그 남자, 좋은 사람이었죠」라고 말하고, 미야기는 잠들었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어린아이처럼 편안한 얼굴로. 
그건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고, 질리지 않는다. 

나는 미야기가 깨어나지 않게 침대에서 내려와, 
식당에서 물을 3잔 마신 후, 
방구석에 놓여 있던 스케치북을 손에 들고, 
미야기가 일어나있지 않은 걸 확인하고, 살짝 열었다. 





25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8(水) 13:32:11.46 ID:uxwqRYpB0 

스케치북 안에는, 여러 가지가 그려져 있었다. 

내 방에 있는 전화나 부서진 텔레비전과 술병, 
레스토랑이나 카페나 역이나 슈퍼의 풍경, 
오리배나 유원지나 분수나 관람차, 
카브, 포카리스웨트의 빈 캔, 스누피. 
그리고, 내 잠든 얼굴. 

나는 스케치북을 한 장 넘기고, 
보복삼아 미야기의 잠든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계속 미야기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있는 사이에, 
그림 그리는 방법을 대충 알게 되었었다. 
내 머리에서는 여러 가지가 깨끗이 깎여나간 상태였으니까, 
「잘 그려야지」라던가 「저 화가의 어프로치를 따라 해보자」라던가, 
그런 쓸데없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완성한 그림을 보고, 나는 만족감을 느꼈고 동시에, 
아주 약간, 위화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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